“사자의 심장”과 “위장전입”

    기고 / 시민일보 / 2007-07-25 21: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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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 명(칼럼리스트)
    {ILINK:1} 나는 아직 ‘사자의 심장’을 보지 못했네. 사자한테도 관심이 없는데 심장에 대해서야 말해 뭐 하겠나.

    헌데 관심을 갖게 되었네. 이명박 덕이지. 평소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이명박이 자기는 ‘사자의 심장’을 가졌다고 했기 때문이네. 느닷없이 웬 사자.

    인터넷을 뒤졌더니 과학적 설명은 없고 다만 종교적 의미로서 몇 마디 적었더군.

    “하나님은 말씀에 순종하는 리더에게 불가능한 도전과 거대한 목표 앞에서도 결코 위축되거나, 물러섬이 없는 ‘사자의 심장’을 주신다.”

    모세의 제자 여호수아에게 하나님이 사자의 심장을 줬다는 성경 말씀이었네.

    하나님에게 서울을 봉헌하겠다고 할 정도로 독실한 신앙인인 이명박이 여호수아를 생각하며 ‘사자의 심장’을 말했는지 모르지만 이명박은 늘 하나님이 함께 한다는 느낌이네.

    이명박은 왜 자신이 사자의 심장을 지녔다고 했을까. 그는 지난 7월22일 제주도 합동연설에서 자기는 ‘사자의 심장’을 지녔기 때문에 온갖 네거티브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고 큰 소리 쳤지. 이명박의 생각으로는 지금 자기에게 쏟아지는 여러 가지 의혹들이 모두 네거티브라는 것이지. 병역문제, 옥천 땅, 도곡동 땅 등 어떻게 보면 이명박은 의혹에 싸인 신비한 인물이네.

    이명박이 말 하듯 그에게 제기되는 의혹은 모두가 네거티브인가. 한번 짚어 보도록 하지.

    제일 먼저 제기된 ‘위장전입’ 문제에 대해서 처음에는 아니라고 펄펄 뛰다가 시인을 했네. 자식들에게 좋은 교육시키기 위해서 위장전입을 했노라고 고백을 한거지.

    주민등록초본 문제는 처음에 여권의 공작이라 했지만 박근혜 쪽에서 한 일로 들통났고 도곡동 땅 문제는 감사원 감사에서 이명박의 것이라고 시인한 김만제 때문에 네거티브 주장은 무색하게 됐지. 감사관이 ‘사실이냐‘ 물었는데 ‘사실이다‘ 했으면 끝난 거 아닌가. 그런대도 부득부득 검찰에서 이미 끝난 사건이라고 우기는 것은 이명박 말대로 네거티브를 거부하는 용맹한 ‘사자의 심장’ 때문인가.

    이명박이 서울시장 재임 중 히딩크 환영식에서 슬리퍼를 신은 채 단상에 오른 아들이 히딩크와 사진을 찍은 게 구설에 오른 적이 있었지.

    이명박은 아들을 호되게 질책했다고 했는데 사자의 심장을 가진 이명박의 질책은 어느 수준이었을까 궁금하네. 제주합동연설에서 이명박과 박근혜는 화끈하게 붙었네. 연설로만 붙은 게 아니라 지지자들 간에 집단 격투기로도 붙은 것이지. 지지자에 대한 충성이겠지만 입맛 싹 가시는 꼴불견이었네. 더 이상 합동연설회를 계속하다가는 무슨 험한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한나라당은 합동연설회를 전면 중단키로 했네.

    사활을 건 싸움이니 참혹한 꼴을 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만 꼭 합동연설회의 무기연기라는 극약처방을 해야 했을까.

    한나라당의 위기대처 능력이나 이명박 박근혜의 캠프 장악능력 수준을 한 눈에 보여주는 자충수라는 생각이 드네. 그러나 연설회 중단 결정에 따른 양 쪽의 주장은 역시 극명하게 달랐네. 이명박 쪽은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고 박근혜 쪽은 앙앙불락이네.

    이명박 캠프는 기다렸다는 듯 대환영을 하면서 연설회장을 깽판으로 만든 범인들이 박근혜 쪽이라고 맹비난했네. 이명박 캠프는 당의 결정에 승복한다면서 순한 양이 되었는데 당의 경선방식에 대해 처음부터 승복을 하지 않던 일은 까맣게 잊은 모양이네.

    이명박은 연설회 중단을 절대로 용인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네.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연설회장에서 절대로 오바하지 말라고 사자같이 엄명을 내리고 그렇게 해서 질서 있는 연설회가 됐다면 얼마나 돋보였겠나.

    더구나 이명박은 자신이 ‘사자의 심장’을 소유한 사람이라고 큰 소리 치지 않았나.

    적어도 ‘사자의 심장’쯤 가진 사람이라면 연설회장의 난동쯤은 간단하게 정리를 해야지 마치 학수고대한 사람처럼 냉큼 당의 연설회 중단을 환영했으니 그야말로 울고 싶을 때 뺨 때려준 격이 아닌가.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면서도 무엇 한 가지도 해명이 되지 않는 현실에서 지지율의 상승이나 현상유지를 바란다면 ‘야무진 욕심’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겠지.

    문제는 순리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네. 자네도 알다시피 폐품은 재생 가능한 것이 있고 도리 없이 소각해야 할 폐품도 있지 않나.

    인간도 마찬가지네. 고쳐 쓸 인간과 고쳐도 못 쓸 인간이 있네. 그런데 이명박은 쥐나 개나 모두 주워서 주변에 모아 놓더군.

    가자미처럼 눈을 뜨고 요리조리 살피다가 이 쪽이 좀 나은 듯하니까 얼른 올라타는 인간들. 이들이 무슨 소리를 지껄여도 그들의 가슴에는 선명한 이름표가 붙어있네. 변절자.

    이명박도 마지막으로 해 볼만한 일이 있다고 생각하네. 누가 뭐래도 이명박은 한 방이 있는 정치인 아닌가. 더구나 ‘사자의 심장’얘기도 자기 입으로 했네.

    이미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는 재산의 사회 환원을 분명히 하고 주민등록초본도 스스로 공개하는 것이네. 스스로 자신이 ‘사자의 심장’을 가졌다고 공언한 이명박의 결단을 지금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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