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을 뿌린 건 아닌지’

    기자칼럼 / 시민일보 / 2007-09-03 19: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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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용 선(의정부주재)
    의정부시 민락3지구로 불리는 민락, 고산, 산곡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송산1동사무소에서 지난달 28일 시 도시과 주관으로 주민설명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바로 전날 임시회의를 거친 주민들의 비장한 표정이 왠지 불안하기도 했지만 예정대로 설명회는 시작됐고 도시과장의 몇 마디 인사말과 동시에 미리 준비된 물통과 밀가루, 그리고 계란이 투하됐고 밀가루는 공중으로 퍼져 그야 말로 고성과 아수라장속에서 설명회는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설명회 무효” “수용반대”라는 고성의 구호와 주민들의 격한 행동에 당황한 관계자들은 하나둘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지역 시의원은 아예 시작 전 설명회장에서 쫓겨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흥분한 주민들은 설명회장을 점거한 채 1시간가량 그곳에 머물며 자신들의 입장을 목이 터져라 부르짖으며 눈물과 한탄 속에서 울분을 토했다.

    반대주민들의 입장을 정리하자면, 그동안 고산·산곡주민들은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땅에서 오로지 농사밖에 다른 행위는 절대 할 수 없는 그린벨트라는 멍에를 짊어진 채 30여년을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정부의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계획의 대상지로 지목됐으니 땅을 내놓으라는 것인데, 그냥 빼앗겠다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처사로, 절대 헐값으로는 내놓을 수는 없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이유야 어찌 됐건 이를 지켜보거나 소식을 접한 이들은 주민들의 행위에 대해 “난동이었다”고 단정하며 이해의 폭을 줄이는 듯 했다.

    이해당사자들의 보이지 않는 응원 때문인지 시는 향후 주민들과의 민원해결에 고심할 것이라는 전날의 답변과는 상반되게 지체 않고 주민들을 난동자로 몰아 의정부 경찰서에 고소,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어쨌든 지난 금요일 오후 4시 의정부시는 설명회 무산책임으로 주민 12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공무집행방해죄로.
    참 발 빠른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고소사실을 전해들은 주민들은 뭔가 분노하는 눈빛을 띠며 “더욱 강경해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지난 1989년 일산신도시 계획 때 토지보상안을 놓고 시와 주민들 간 극심한 갈등 속에서 3명의 주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사건이 있었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강한 공격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전례가 아닐까. 왠지 시에서 보인 이번 발 빠른 행동은 타들어가는 주민들의 응어리진 가슴에 기름을 뿌린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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