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할 말 많은 노 대통령

    기고 / 시민일보 / 2007-09-13 20: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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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 창 선 (시사평론가)
    노무현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당연히 청와대를 강타한 변양균 전 정책실장의 거짓말과 관련된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노 대통령은 난감하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할 말이 없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정식으로 사과는 하지 않았다. 그대신 검찰수사를 통해 사실이 가려지고 결과가 확정되면 입장을 정리해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사과를 유보한 셈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만으로도, 변양균 전 실장을 무조건 비호한 청와대의 잘못이 명백한데도 노 대통령은 사과를 미루었다.

    그러면 기자간담회는 무엇하러 했을까? 고작 대통령의 난감한 심경따위를 알리려고 기자들 앞에 나타난 것인가. 노 대통령이 정작 하고싶었던 이야기들은 정작 다른 곳에 있었다. 노 대통령은 변 전 실장 문제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했지만, 다른 문제들에 관해 노 대통령은 할 말이 많았던 것이다.

    노 대통령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다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범여권의 대선주자들을 싸잡아 비판하고 나섰다. 이명박 후보 고소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선거에 영향이 있다고 범법행위를 용납하라는 게 무슨 논리인가”라고 반문하며 이명박 후보에 대한 고소가 옳았음을 주장하였다. 특히 범여권인 대통합민주신당이 고소에 반대한 것을 비판했다. “정치는 법 위에 있지 않고, 선거에 영향이 있다고 해서 면책될 수 없으며, 자기들의 대선 승리를 위해 남의 가치를 근거없이 훼손해선
    안된다”고 신당측의 반대입장을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과 범여권의 차별화전략을 비판했다. 특히 손학규 후보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비판을 가했다. 손 후보도 요새 하는 거 보니까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게 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졸렬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필패 전략아닌가, 통합신당 후보가 그렇게 하는 것은 현명한 전략은 아닌 것 같다.

    노 대통령의 기자간담회 내용을 듣노라면, 지금이 도대체 어떤 상황인가를 되묻게 된다. 변양균 전 실장의 거짓말을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무조건 비호하여 국민의 질타가 청와대를 향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청와대는 당연히 그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앞에 머리숙이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이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앞에 나서서 제대로된 사과 한번 없이, 오히려 다른 정치세력들을 비판하는데만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도대체 “깜도 안되는 의혹’이라는 발언까지 하며 변양균 전 실장을 비호하기에 급급했던 노 대통령이 보여야 할 태도인가를 묻게 된다.

    ‘깜도 안되는 의혹’이라는 말 한마디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말에 깔려있는 노 대통령의 자세와 사고가 정작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청와대 밖에서 제기하는 합리적 의심들을 ‘깜’도 안된다고 일축할 수 있는 오만함, 자신의 생각과 판단만이 옳다고 믿으며 섣부르게 공개해버리는 경솔함이 그 바탕에는 자리하고 있다.

    대선정국 한복판에서 계속 정치적 논란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모습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문제이다. 자신만이 옳다는 오만과 독선에 사로잡힌 나머지, 자신의 말과 행동이 우리 대선문화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대선은 미래를 향한 선택의 장이지, 과거에 대한 평가의 장이 아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자신이 대선정국의 한 축이 되려하며, 이번 대선을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의 장으로 몰고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대선의 의미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노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는 권력누수는 없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 분위기를 봐서는, 할 소리는 계속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나중에 가서 ‘변양균 의혹’, ‘정윤재 의혹’에 대해 백번 사과한들, 그렇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문제는 ‘변양균’과 ‘정윤재’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일들을 대하는 노 대통령의 발상에 있었다. 그런데 그 발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래서 노 대통령의 대선개입이 계속된다면, 백번 사과해도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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