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한방’은 없지만...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7-12-09 12: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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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이번 12.19 대선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명박 대세론’을 확인하는 것으로 막을 내릴 것 같다.

    가장 막강한 권력을 지닌 현직 대통령과 차기 그 권력을 승계할 유력 후보가 서로 ‘빅딜’을 했다면, 그 무엇으로도 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필자는 정통보수 정당의 근간을 유지해 온 한나라당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 이후에도 존속하기를 희망한다. 아니, 내년 총선에서는 ‘얼치기 좌파’ 정당을 꺾고, 원내 1당으로 ‘우뚝’ 서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바람은 필자만의 소망이 아니라, 전 국민의 소망이기도 하다.

    그러나 걱정이다.

    검찰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BBK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은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와 그의 측근들은 오만과 독선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오만과 독선이 자칫 한나라당의 미래를 망칠 수도 있다.

    실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존재를 가볍게 여기고, 그를 업신여기거나 멸시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노골적으로 “당을 떠나라”며 압력을 가할지도 모른다.

    이미 당내에서는 “이제 박근혜의 도움이 없어도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마당이다.

    정몽준 의원 영입 이후 박근혜의 존재가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BBK 특검법을 저지하기 위해 대선 직후,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 빼오기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치인들 가운데는 박쥐생리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그들 가운데 한나라당 손짓에 못이기는 척 따라 갈 의원들이 어디 한 두 명이겠는가.

    또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뉴라이트 세력’이 내년 총선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박근혜 일파를 숙청하고, 그 자리를 신당 영입의원들로 채우는 한편,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내쫓고, 그 자리에는 뉴라이트 사람들을 심어 놓을 것이다.

    심지어 이명박 후보에게 충성했던 사람들 가운데 과거 부패 이력이 있거나, 나이가 많은 60세 이상의 노년층은 물갈이와 세대교체라는 명분으로 대거 축출당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한나라당 이름으로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될 수 있다는 오만이, 당을 위해 그동안 애써온 세력을 대폭 물갈이하면서 신진정치세력으로 교체하도록 만들 것이란 뜻이다.

    물론 그렇게 해서라도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온전하게 유지되기만 한다면, 무슨 걱정이겠는가.

    그러나 신당 영입의원들과 뉴라이트 세력으로 교체된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한나라당은 더 이상 정통보수 정당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현역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을 모두 물리치고, 신진세력으로 물갈이할 경우, 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원내 1당은커녕, 소수 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지방자치 단체장과 지방의원들도 마찬가지다.

    항간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현재의 단체장과 지방의원들까지 뉴라이트 지역 인사로 모두 교체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 사람들을 후보로 내세워 승리할 수 있겠는가?

    대선 못지않게 대선 이후가 중요하다.

    한나라당이 분열되지 않고, 제대로 가기를 원한다면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 빼오기에 앞서 경선과정에서 비록 적대적 관계에 있었으나 같은 정당의 박근혜 일파 의원들을 중용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 외롭게 지역에서 당을 지켜온 원외 당협위원장들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

    그들을 모두 뉴라이트로 교체할 경우,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것이다.

    현재의 단체장과 지방의원들 역시 존중해야 한다. 그들이 있었기에 이명박 대세론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존재를 하찮게 여기고, 모두 뉴라이트로 교체하려는 중앙당 차원의 음모는 지역정서와도 맞지 않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BBK 이후 이제 12.19 대선에서 더 이상의 ‘한방’은 남아 있지 않다.

    따라서 이명박 대세론이 어느 정도인가를 확인하는 수준의 선거로 막을 내리는 상황이 불가피 하게 된 것 같다.

    다만 그로 인해 오만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만일 이 같은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 당원들의 이회창 무소속 후보를 향한 발걸음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내년 총선에서 정통보수 정당을 표방한 ‘이회창 당’이 원내 1당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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