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만만한 상대로 전락했나?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8-02-10 15: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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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지난 9일 한나라당이 발표한 공천신청자 명단분석 결과 이명박 당선자는 한나라당을 완벽하게 접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그와 당당하게 자웅을 겨루던 박근혜 전 대표는 누구에게나 ‘만만한 상대’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한나라당은 이제 더 이상 ‘박근혜’라는 이름을 필요로 하지 않을 만큼 ‘이명박 당’화 되어 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이날 한나라당은 4.9 총선 공천 신청자 1173명 가운데 신상 비공개를 요구한 13명을 제외한 1160명의 명단을 발표했는데, 이명박 당선자의 측근인 이재오(서울 은평을) 정두언 (서울 서대문을)공성진(서울 강남갑) 정태근(서울 성북갑) 남경필(경기 수원팔달) 전재희(경기 광명) 안상수(경기 의왕.과천) 의원 등이 버티고 있는 지역구에는 단 한명의 공천 경쟁자도 없었다.

    물론 이명박 당선자의 의중을 공심위에서 잘 반영하고 있는 이방호(경남사천) 사무총장 지역구에도 역시 공천경쟁자가 없었다.

    반면 박근혜 측근인 강인섭(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과 이규택 (경기 여주.이천) 의원의 지역구에는 공천자가 몰려들어 각각 16명과 9명이 공천 신청을 한 것으로 한 것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지금까지 당의 최대 주주였던 박근혜 전 대표가 버티고 있는 대구달성구에도 공천 경쟁자가 무려 4명이나 나타났다.

    실제 개개인의 인지도 및 지지도로 볼 때 이 지역에서만큼은 박 전 대표를 누를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내에서는 박 전 대표 외에 김문오 전 대구 MBC 보도국장, 박경호 전 달성군수, 박상하 국제정구연맹 회장, 박성태 전 시의회 부의장 등 4명이 공천경쟁에 뛰어 들었다.

    한마디로 전직 군수나 전직 기초의회 부의장 정도가 만만하게 볼 만큼 박 전 대표의 위상이 크게 추락한 것이다.

    과연 이들이 이재오 의원이나 정두언 의원의 지역구였다면,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을까?
    어림도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박근혜는 이제 당내에서 누구라도 한번 상대해 볼만큼 ‘만만한 인물’로 전락한 반면, 이명박 당선자의 측근인 이재오 정두언 공성진 남경필 정태근 이방호 등은 당내에서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을 만큼, 입지가 탄탄해 졌다는 뜻이다.

    즉 지난 17대 총선 당시 치솟던 ‘박근혜’라는 이름값이 이제는 이재오 등 이명박 측근 인사들 가운데 어느 한 사람 이름값만도 못하게 됐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4.9 총선 때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지지율이 급속히 빠지는 상황이어서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정치권 일각에서는“이대로라면 한나라당이 200석 확보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국회의석수 200석이란 전체 의석(299)의 3분의 2를 넘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개헌 가능한 의석수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압승을 점치는 것은 성급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역대 총선에서 제1당이 개헌선을 넘은 전례가 거의 없고 총선 막판에는 견제론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지지도가 최근 들어 무려 10%P나 빠졌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실제 이 당선자 측 자체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의 이 당선자에 대한 지지도는 당선 이후 최고치에서 10%포인트가 빠져 60%대로 급락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따라서 개헌선 의석수를 열망하는 이명박 당선자의 꿈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명박 당선자 측은 마지막 순간에 다시 ‘박근혜’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될지도 모른다.

    즉 지난 17대 총선 당시 탄핵역풍에 의해 한나라당 의석수가 20~30석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박근혜가 구원투수로 나섰던 것처럼, 다시 한 번 구원투수로 나서 줄 것을 간곡하게 바랄 것이란 뜻이다.

    그 때 ‘정도’와 ‘원칙’을 강조하던 박근혜 전 대표가 무슨 말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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