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도 양극화 시대

    기고 / 시민일보 / 2008-02-11 18: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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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 창 선(시사평론가)
    한나라당의 지역구 후보 공천 신청자가 1173명, 경쟁률은 4.82대1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한나라당의 총선 공천 사상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라 한다.

    이 바람에 한나라당의 수입도 짭짤했던 모양이다. 공천신청자들은 최소 80만원에서 최고 260만원까지의 돈을 내야 했다.

    공천신청자가 모두 1173명이었다고 하니까, 한나라당이 공천신청을 통해 거둔 수입은 대략 40억원 가까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졌을까.

    한나라당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언론계, 방송계, 법조계, 학계, 뉴 라이트 진영 등에서 지명도가 높거나 비중있는 위치에 있던 인사들의 경우, 모두 한나라당으로 몰리는 쏠림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공천심사위원회가 공개한 공천신청자 명단을 보면 각계 인사들의 ‘묻지마 한나라당행’ 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의 ‘실세’ 측근들이 신청한 곳이야 기피지역이 되어 신청자가 별로 없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공천단계에서부터 본선을 방불케하는 경쟁을 벌여야 하는 곳도 상당수 나타나고 있다.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판단되는 인사들이 같은 곳에 공천신청을 해서 누군가는 탈락해야 하는 상황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공천이 곧 본선이라는 말도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한나라당은 인물이 넘쳐서 고민이 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사람들은 몰리는데 그들을 소화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예비야당들의 경우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아직까지는 원내 1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우 출마하겠다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 고민인 모습이다.

    손학규 대표는 설연휴 기간에 광주에 내려가, “호남의 훈훈한 분위기와는 달리 다른 지역에는 총선 출마 지원자가 거의 없는 참담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호남지역 이외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 공천을 받아 출마하겠다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것이 그 동네의 처지가 되어버렸다.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 공천에서 나타나는 이같이 상반된 모습의 원인은 이미 다들 알고 있다. 그에 따라 지난 대선에서 압승과 참패의 결과가 생겨났다. 그리고 기본적인 흐름에는 아직 아무런 변화가 없다.

    국정의 안정을 위해서는 새 집권세력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안정론이 힘을 얻고 있는 반면, 견제론을 내건 대통합민주신당의 지지율은 아직도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공천신청에서 드러나는 정당간의 지나친 양극화가 향후 또 다른 문제와 후유증을 남기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한나라당에 공천신청을 한 사람들을 보면 당연히 그동안 한나라당과 코드가 같았던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갑작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낯선 사람들도 적지않다. 결국 당선가능성 하나를 위해 정체성이나 코드같은 것을 불문하고 한나라당의 문을 두드리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과거의 모든 것을 불문하고 당선 하나만을 좇아 ‘묻지마 한나라당행’을 선택하는 현상이, 정체성 부재의 정치행보를 부추키는 결과를 낳지않을까 우려된다.

    공천신청에서의 이같은 쏠림 현상은 정당간 경쟁의 실종을 낳을 위험이 크다. 경쟁이 없는 일방적 독주는 그에 따르는 부작용을 낳게 되어 있다.

    공천신청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당간의 양극화 현상은 총선결과에도 상당 부분 반영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른 정국구도가 향후 4년동안 이어지게 되어있다.

    공천신청에서 드러나는 양극화 현상이 불가피한 상황임을 알면서도, 지금의 극단적인 쏠림현상이 우리 정당정치의 균형을 붕괴시키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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