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대국민 협박문’ 유감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8-05-22 13:5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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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일보 고 하 승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운동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처럼 치솟아 올랐다.

    이명박 탄핵을 염원하는 서명자가 무려 140만 명에 육박할 정도다.

    뿐만 아니라 청계천 광장에는 어린 초,중.고생들부터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성별과 연령을 초월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촛불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대국민담화문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이날 발표되는 담화문은 당연히 ‘사과문’ 형식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그런데 이건 ‘사과문’이 아니라 아예 ‘협박문’ 수준이다.

    물론 사과형식의 발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정부가 국민들께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소홀했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국민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라는 말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오히려 MB는 “정부의 방침은 확고합니다”라며 달라질 것이 없음을 강조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치솟고 실업률이 올라가는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라는 말로 국민을 협박하기까지 했다.

    또 그는 “지난 10년 세계 경제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동안, 우리경제는 그 흐름을 타지 못했습니다. 그 바람에 경쟁국들은 턱 밑까지 쫓아왔고 선진국들과의 격차는 벌어졌습니다. 바로 이 시점에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하면 영영 기회가 없을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광우병 위험의 소지가 있는 30개월 이상의 소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협상을 해야 했는데, 능력이 없어 그걸 못한 것은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그러니 30개월 이상의 위험한 소가 수입되더라도 그냥 조심해서 먹어라. 그렇지 않으면 선진국 못된다’는 뜻 아니겠는가?

    한마디로 ‘미안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질 것은 없으니 군소리 말고 미친 소고기를 그냥 먹어라’라는 말처럼 들린다.

    뿐만 아니라 ‘그러지 않으면 물가가 치솟고, 실업률이 올라가 고통을 겪을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도 진입할 수 없게 된다’는 엄포처럼 들리기도 한다.

    물론 한미 FTA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미친 소를 수입하는 것과 한미 FTA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

    즉 쇠고기 수입 재협상과 한미 FTA 성사여부는 별개의 문제라는 말이다.

    따라서 미친 소를 수입하지 않으면,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기는 담화문은 한낱 협박에 불과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협박으로 국민의 분노를 억누를 수 있을까?

    어림도 없다.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 한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진정으로 사과할 의사가 있었다면, MB는 이렇게 말했어야 옳았다.

    “정말 미안합니다. 이번 쇠고기협정은 ‘캠프데이비드 숙박료’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제가 ‘캠프데이비드’에 초청된 것에 감격한 나머지 큰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용서해 주시면 쇠고기 재협상을 추진해 잘못된 것을 바로 잡겠습니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30개월 이상의 소가 수입되지 않도록 하는 우리의 요구를 반드시 관철시키겠습니다. 만일 그렇게 못할 경우 대통령직을 자진 사퇴하는 것으로 국민 여러분 앞에 용서를 빌겠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늦지 않았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면 국민들도 용서할 수 있을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이번 담화문과 같은 대국민협박은 오히려 국민의 분노를 눈덩이처럼 더욱 키울 뿐, 결코 정권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MB가 살 길은 오직 하나, “대통령직을 걸고,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을 추진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대국민약속을 하는 것뿐이다.

    다만 ‘대통령직을 걸겠다’는 약속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전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겠다’는 약속처럼 흐지부지된다면, 더욱 큰 화를 자초할 수도 있으니 신중할 필요가 있다.

    즉 위기모면을 위한 ‘꼼수’가 아니라 반드시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MB에게 과연 그런 용기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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