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은 더 많아져야 한다

    기고 / 시민일보 / 2008-07-07 18:34:37
    • 카카오톡 보내기
    김헌식 (문화평론가)
    ""우선 대책회의 쪽에서 촛불 시위는 그분들이 쓰는 용어입니다. 저희는 촛불 시위 더 이상 안 쓰고 깃발 시위라고 니다. 저번 5개 부처 장관 합동 담화문에서 깃발 시위라고 한다고 했습니다.""

    대책회의가 ‘5대 요구안’을 전달 하려한 것을 청와대가 거부한 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과정을 설명하면서 나온 말이다.

    이러한 발언은 근본적으로 촛불집회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데서 나온 말일 것이다.

    민심에 대해서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다.

    더구나 촛불은 보지 않고 깃발만 의식하는 행태일 것이다. 다만, 깃발은 생각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공격의 빌미가 되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깃발이 너무 많다는 지적을 한다.

    특정 정당에서부터 사회단체는 물론 인터넷 모임을 상징하는 깃발도 볼 수 있다. 아마도 수구쪽에서는 좌파들이 모두 몰려나왔다고 규정할 꼬투리가 될 만하다.

    일반 시민 중에는 거부감을 갖는 경향이 있다. 마치 누군가의 지시로 나온 듯 한 느낌을 갖는 분들도 분명 있다.

    이번 촛불 집회는 나이와 계층, 계급, 지역과 성별을 불문하고 전 국민적인 호응을 받았다.

    깃발이 많은 이유는 인정의 심리도 존재한다.

    의미 있는 시위에 우리 단체와 모임이 참가했다는 점을 드러내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 촛불 집회를 홍보의 장을 겸용하고 있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야 보편적인 정서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깃발을 들고 있지 않은 시민들이 더욱 많다.

    그러한 시민들은 깃발 때문에 마치 깃발의 구성원처럼 보인다.

    폭력을 사용하는 이들 때문에 전체 시민이 폭력 집단인 것으로 매도되면 시민들은 참여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생긴다.

    천주교 사제단의 비폭력 촛불집회 이후 더욱 많은 시민들이 참가한 것은 이러한 점을 말한다.

    더구나 묵언이나 침묵시위는 더욱 호응을 받았다.

    전체 시민 중에 일부가 외치는 구호는 각 시민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그 시민들도 과격한 구호를 외치는 사람으로 여겨지게 만든다.

    깃발도 마치 그 깃발이 아무런 소속 없이 나온 시민들을 구축하는 효과를 낼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더구나 보수적 인식을 갖고 있는 이들을 촛불로 끌어안을 수 있는 계기를 ?아낼 수 있다.

    그만큼 미국산 쇠고기 정국 등은 좌우를 넘어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의 의미는 자신을 숨기면서 세상을 비추는 것이다.

    촛불 집회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촛불을 밝히고 미국산 쇠고기 협상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권에 대한 비판을 시민의 힘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깃발을 다 없애버려야 하는가.

    더구나 인터넷 공간이나 전국적인 단체의 경우에 구성원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깃발을 상징적인 기표로 바꾸는 것이다.

    해당 구성원들이 엠블엠이나 색을 통해 드러내는 것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는 단체나 모임만 깃발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깃발을 올리는 것이다.

    단순히 단체의 홍보가 아니라 시민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깃발은 특정누구만 드는 것이 아니다. 시민 누구라는 이름도 좋고, 누구 가족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부부나 커플의 이름을 써도 된다. 아이의 이름도 좋고, 지나가는 시민은 어떤가. 어차피 운전기사, 식당주인, 경영자, 종업원, 인터넷 카페지기, 고시생, 네티즌, 기자, 실업자, 노동자, 농민, 사무원, 학생, 주부, 시민운동가, 노조원 등은 모두 시민
    이다.

    시민의 깃발은 몇몇에 한정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깃발이 더욱 많아지면 개개인이나 특정단체의 깃발만 도드라지지 않는다. 많아질수록 특정인 사라지고 다시 시민이 된다. 자신을 숨기면서 다시 세상을 비추는 촛불이 된다.

    누구나 낚시대에라도 깃발을 매면 더욱 일반성과 보편성을 얻을 수 있다. 특정 세력에 치우친 게 아니라 얼마나 다양한 시민들이 참석했는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촛불 집회는 국민에 대한 존중을 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더 많은 깃발을 올릴 때, 더욱 더 청와대를 압박할 수 있다. 모든 깃발은 시민 존중의 이름으로 더욱 다양하게 올려 져야 한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