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참 못난 정부’라는 생각이다.
처음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런 생각이 더 확고해진다.
실제 이명박 정부의 외교가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다.
컨트롤 타워 부재와 원칙 없는 외교 정책, 임기응변적인 해결 방안, 소통 부재 등 문제가 아닌 것이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에 이어 최근 독도 문제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 수정 소동, 금강산 피격사망사건 등 모두가 외교력 부재에서 기인한 것이다.
우선 미국과의 관계를 보자.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가.
얻은 것이라면 그저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대통령 옆에서 운전사 역할을 하는 영상이 나온 게 전부다.
그로인해 이 대통령이 부시대통령과 나란히 했었다는 선전효과가 있었을 뿐이다.
반면 잃은 것은 너무나 많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졸속으로 협상했고, 그로인해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 강화니 복원이니 하다 보니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 주한미군 기지이전 환경 문제, 한국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문제, 이라크 재파병 문제 등 각종 현안에서 양보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처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명박 정부를 우습게 여길 뿐이다.
그 단적인 사례가 미 의회 도서관이 지난 17일 도서관 분류를 위한 주제어 표기를 '독도' 대신 '리앙쿠르 록스(Liancourt Rocks)'로 바꾸려 하다가 이를 전해들은 주미 한국대사관의 반발로 보류했으나, 미국 국립지리원 지명위원회(BGN)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26일 독도를 '한국 영토'에서 '주권 미지정 지역(Undesignated Sovereignty)'으로 변경 표기하고 말았다는 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미국은 직접 이해당사자인 우리 측에는 아무런 사전 공지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외교관례상 납득하기 어려운 일로 완전히 무시당한 셈이다. 한마디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과 같다.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강화라는 명분 아래 부시 미대통령 앞에 납작 엎드려 머리를 조아린 결과가 이것이다.
뒤늦게 정부가 독도문제와 관련해 총리실 산하에 범정부적인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는 가하면 제2차관 산하에도 별도의 TF팀을 꾸리는 등 부산을 떨고 있지만 그저 ‘뒷북’일 뿐이다.
남북문제는 또 어떤가.
지난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ARF에서는 '10.4선언에 기초한' 남북대화 재개 문항이 의장성명에 포함될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예측조차 하지 못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남북문제인 금강산 피격사망사건을 굳이 국제무대에까지 들고 나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는 사실이다.
그로 인해 우리는 국제사회로부터 ‘외교적으로 미성숙한 나라’라는 불명예스러운 평가를 받는 지경에 처하고 말았다.
오죽하면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29일 ""고립된 것은 북한이 아니라 우리의 외교""라고 꼬집었겠는가.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 참석해 ""우리는 그동안 북한을 고립되고 폐쇄적인 체제, 국제적인 '왕따 체제'로 인식하고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북한은 이미 동남아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우리와 각을 세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민주당의 비판은 더욱 가혹하다.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과거 한나라당 정부는 우리 정부를 가리켜 아마추어 정부라고 비판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견습, 인턴 정부 수준""이라며 ""해부학도 공부하지 않을 사람이 칼을 들고 수술을 하고 있는 격""이라고 비꼬았다.
심지어 그는 ""파탄위기를 맞은 외교는 '삼신 삼무' 위기""라며 ""미국에는 불신, 일본에는 배신, 다자외교에서는 망신을 당한 (삼신)외교다. 원칙, 철학, 신뢰도 없는 삼무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말 어찌해야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비록 뒤늦기는 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무능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외교라인, 대북라인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차제에 경제라인을 비롯해 아예 내각의 수장인 총리교체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나저나 이 대통령은 ‘외국 가서 뺨맞고 국민에게 화풀이하는 정권’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부끄럽다면 못난 정부의 똥고집을 이제 그만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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