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경선은 이미 시작됐다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8-09-01 14: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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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한나라당은 지난달 28일과 29일에 의원 연찬회를 가졌다.

    1박2일 간 진행된 연찬회에서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지만, 특히 필자는 ‘이제 한나라당 내에서 차기 대통령 선거를 위한 물밑 경선이 시작됐다’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아직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연찬회 도중 만취한 상태의 윤상현 대변인과 차명진 대변인이 서로 몸싸움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먼저 윤 대변인이 “차기 대권주자는 정몽준”이라고 말하자, 차 대변인이 “아니다. 김문수”라고 맞받아치면서 잠시 옥신각신했다는 것.

    물론 두 대변인의 이 같은 언쟁은 어찌 보면 아주 사소한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당시 주변에 각 언론사의 기자들도 일부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이 같은 사실을 기사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여당의 대변인이라는 공식 직함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서로 자신들이 지지하는 차기대권주자를 위해 몸싸움까지 벌였다면 이는 심각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친이명박 세력이 이미 정몽준 최고위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지지 세력으로 양분되어 가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할만하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두 대변인은 모두 친이명박 계파의 사람들 아닌가.

    그런데 그들이 벌써, 아직도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4년하고도 6개월이나 남아 있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차기대권주자를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조기레임덕’ 현상을 여과 없이 드러낸 사례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번 해프닝을 통해 필자는 친이 측 물밑에서 이미 ‘포스트 이명박’을 노리는 치열한 당내 경선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실제 정몽준 최고위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있다.

    우선 정몽준 최고위원은 연찬회에서 “진보 쪽보다 더 진보적 가치를 수용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극우정당은 아니지 않느냐”며 여권의 급격한 ‘우향우’ 경향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앞서 정 최고는 지난 달 13일 김중수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재외공관장에 내정한 이명박 대통령의 이른바 ‘회전문 인사’에 대해 “국민들이 볼 때 아무런 설득력도 없이 이런 인사를 하는 것은 제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강력 비판했었다.

    뿐만 아니라 정 최고는 공개적으로 당 운영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갈등을 빚은 바도 있다

    이에 따라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정몽준 최고를 향해 ‘한나라당의 미스터 쓴소리’라고 부를 정도다.

    김문수 지사는 한 술 더 뜬다.

    실제 김 지사는 이 대통령을 향해 연일 ""배은망덕"", ""공산당보다 더 하다""는 등등 예사롭지 않은 수위의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심지어 지난 달 22일에는 수도권 규제철폐를 위한 범도민 결의대회에서 ""대통령이 소심해졌다, 용기를 잃어버렸다""고 날카로운 비판을 하기도 했다.

    물론 정부가 지역발전 정책 방향에서 사실상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의 큰 틀에서 지속하기로 함에 따라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은 뒷전으로 밀리는 형국이 된 것에 대한 불만의 표출일 것이다.

    실제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지역발전 정책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가 '누락'고 말았다.

    따라서 김 지사의 입에서 이 같은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금 김 지사의 반발은 그 강도가 보통 이상이다.

    비록 김 지사가 측근들에게 “대권의 대자도 꺼내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다고는 하지만, 이 같은 반발이 대권행보와 연계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더구나 이미 양 대변인 중 한 사람은 정몽준을, 또 한 사람은 김문수를 각각 차기 대권주자로 지목하며 몸싸움까지 벌였다지 않는가.

    이런 의미에서 정 최고나 김 지사는 권력에 '각을 세우면서 크는' 대권 행보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참으로 조용하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최근 공식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30일 필자의 저서 <왜 박근혜인가>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후, 당 중진.최고위원연석회의에 한번 참여 한 게 전부일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몽준 최고나 김문수 지사와는 게임이 되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게 박 전 대표가 지닌 무형의 자산 아닐까?

    아무튼 이들 잠룡 가운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그것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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