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너마저도...”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8-09-05 16: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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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벌금 100만원 선고, 즉시 항소하였습니다.”

    이는 한 정치인을 지지하는 네티즌이 박사모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박사모 카페지기 정 모씨가 지난 4일 오전 10시 서울남부지장법원에서 전여옥 의원 비방죄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았는데, 정 씨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항소했다는 것.

    검사가 벌금 400만원을 구형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100만원으로 낮춰 선고한 만큼, 상당히 감해 준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가 항소를 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에 대해 정씨는 “무죄이기 때문”이라고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

    정말 무죄일까?

    일단 정씨는 이 사건과 관련, 공직선거법에는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무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전여옥 의원이 쓴 ‘일본은 없다’라는 저서에 대해 ‘표절’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고, 그 사실이 각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에 단순히 이런 사실을 박사모 카페를 통하여 인터넷에 게시하고 선언문을 낭독한 것은 비방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법조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차가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씨에 대한 벌금형 선고는 ‘공정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실제 이와 관련 유사한 대법원의 판례가 있었다.

    지난 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모씨가 2002년 12월 10일 대전 중구 대흥동 소재 대전예식원에서, 그 곳에 참석한 한나라당 당원 등 약 200여 명을 상대로 악의적인 연설을 한 바 있다.

    물론 그 연설 내용은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모씨는 당시 그 이유에 대해 “노후보 장인이 인민위원장 빨치산 출신인데 애국지사 11명을 죽이고 형무소에서 공산당 만세 부르다 죽었다. 공산당 김정일이가 총애하는 노무현이가 정권 잡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이런 발언을 한 사람은 유죄인가? 무죄인가?

    박사모 정씨가 유죄라면 당연히 이 사람도 유죄가 돼야 한다.

    그러나 그는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 이유가 ‘후보자비방 행위라 하더라도 적시된 사실이 진실에 부합하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

    더구나 ‘적시된 사실이 진실에 부합한다’ 함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면 족한 것이고, 세부에 있어 약간의 상위가 있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 대해서도 반드시 공공의 이익이 사적 이익보다 우월한 동기가 된 것이 아니더라도 양자가 동시에 존재하고 거기에 상당성이 인정된다면 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선거운동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들어 선 이후, 그 자유의 폭이 급격하게 좁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사법부가 이명박 정권의 ‘눈치 보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의구심이 들 정도다.

    실제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비판의 글을 올린 상당수의 네티즌들이 지금 ‘범법자’라는 굴레를 뒤집어쓰고 있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만들어 유포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순수한 의도에서 이미 공개된 사실을 비판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법원은 이들에게 가혹한 형벌을 내리고 있다.

    심지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네티즌들조차 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알고 보니 그들 대부분이 MB를 비판한 네티즌들이라고 한다.

    과연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수많은 네티즌들이 이명박 정권에 ‘미운 털’이 박혔기 때문에 억울하게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면 분통해 하고 있다.

    혹시 박사모 카페지기 정 씨도 이처럼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에 무죄가 아니라, 벌금형이 선고된 것은 아닐까?

    지난 노무현 정권에서는 이들보다 더 심하게 발언한 사람에 대해서도 사법부가 무죄를 선고했는데, 왜 이명박 정권에서는 사법부가 이처럼 네티즌들의 입을 봉쇄하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지금 인터넷에서는 다양한 정치적 의사표현이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정치 발전을 위해서라도 네티즌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이것이 현실이고, 시대정신이다.

    가장 공정해야할 사법부마저 이 같은 현실과 시대정신을 무시한다면, 우리는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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