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朴心-李心 말고 民心을 보라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8-10-20 12: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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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이재오 전 의원 복귀설이 최근 정가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여권이 지난 5월 26일 한국학 강의를 하기 위해 미국 존스홉킨스대로 간 이재오 전 의원 국내 복귀를 본격 추진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 <조선일보>주말 섹션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박창달 전 의원이 지난 9월 25일과 26일 미국 워싱턴 현지에서 이 전 의원을 만났다는 것.

    박 전 의원은 2005년 9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잃었으나, 지난 8·15 특사 때 이 대통령으로부터 사면 복권 받았다.

    친박(친 박근혜) 인사인 <시민일보> 홍문종 회장이 벌금형조차 사면을 받지 못한 것과 비교할 때 뚜렷하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그만큼 박 전 의원은 이 대통령으로부터 듬뿍 사랑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박 전 의원을 ‘왕(이명박)의 그림자’라고 표현하는 기사를 본 적도 있다.

    따라서 그가 이재오 전 의원을 만났다면, 거기에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더구나 박 전 의원은 이재오 전 의원을 방문하기 전에 이미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과 이 대통령의 장자방으로 통하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 MB 핵심 측근 인사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한마디로 여권 수뇌부에 '사전 보고'를 하고 미국으로 떠났다는 뜻”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박 전 의원이 이처럼 여권 수뇌부에 '사전 보고'를 하면서 까지 이 전 의원을 만나러 미국에 간 이유가 무엇일까?

    어쩌면 ‘급거 귀국’을 위한 사전 조율을 하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이미 여권 주변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그에게 정무특보 직함을 주고 정국운영에 관한 조언을 받을 것’이라는 등의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연말 개각 때 이 전 의원이 교육부총리에 임명되거나 예상되는 은평을 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전 의원이 교육부총리 물망에 오르는 것은 정계에 입문하기 전 교사를 지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교사 경력에 대한 의혹은 나중에 거론하기로 하고, 아무튼 여권 핵심부는 이 전 의원에게 아주 중요한 자리를 맡기려 하는 것 같다.

    이에 대해 박 전 의원은 ""이 대통령도 이 전 의원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고 있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보기보다 정(情)이 많은 분""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즉 정(情)이 많은 이대통령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일등공신인 이 전 의원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겨 보은 인사를 후하게 해 주지 않겠느냐는 뜻이 담겨 있는 발언인 셈이다.

    그러면서 걸림돌로 박근혜 전 대표측의 반감을 들었다.

    즉 '투사형' '트러블 메이커' 같은 이미지를 완전히 버리고, ‘이재오계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언급해 박 전 대표의 마음을 사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재오 의원의 급거 귀국 여부는 그를 사랑하는 이심(李心)과 그에게 등을 돌린 박심(朴心)에 달렸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판단이다.

    박심과 이심보다 중요한 것은 민심이다.

    지금 한나라당 내에서 ‘이재오계’의 몸집 불리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고 있는 일이다.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당·정·청 정권 핵심부 요소요소에 이재오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

    지난 7·3 전당대회에서 이재오계 핵심인 공성진 의원이 최고위원 자리에 올랐는가 하면, 7월16일 당직 인선에서는 이재오 측근인 안경률 의원이 사무총장직을 차지했다.

    또 이 전 최고위원과 같은 민중당 출신인 차명진 의원은 대변인이 됐다.

    차 대변인은 18대 총선 후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서 “이 자리에 없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꼭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힐 만큼 가까운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최병국 윤리위원장, 정의화 인재영입위원장, 임해규 대외협력위원장, 현경병 정보위원장도 이 전 최고위원과 가깝다. 국회부의장에 선출된 이윤성 의원, 5월에 당 중앙위의장에 선출된 이군현 의원 역시 이재오계다.

    이재오 전 의원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날 송별회 때 120명이나 모였는데, 그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재오계일 것이다.

    그들은 ‘보스’ 이재오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로인해 한나라당의 분란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설사 이심(李心)이 그를 간절히 원하고, 박심(朴心)이 그를 용납하더라도, 민심(民心)이 그를 받아들이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재오 전 의원은 이심-박심 ‘눈치 보기’에 앞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부터 배워야 할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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