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정계복귀 ‘입질’ 유감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8-10-28 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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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이재오 전 의원의 ‘내년초 복귀설’로 정치권이 시끌시끌하다.

    28일 CBS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11월 21일부터 약 2주간의 일정으로 세계 일주에 나선 뒤 12월 초 워싱턴으로 복귀해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한국현대정치 강연의 남은 일정을 소화하고, 이어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등을 거쳐 한 달 가까이 아프리카 등지를 탐방한 후 내년 1월 중순쯤 이집트 카이로를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것.

    사실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진 원외 인사 한 사람이 연내에 귀국하건 내년 초에 귀국하건 그게 무슨 대단한 뉴스거리라고 언론들이 호들갑이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의 복귀설은 그 미칠 파장으로 인해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실제 그는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이자 명실상부한 ‘2인자’로 불리는 사람이다.

    그의 당내 영향력도 막강하다.

    그의 측근들이 앞다퉈 “나도 미국에 다녀왔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다.

    뿐만 아니라 ‘대운하 전도사’로 불리는 이 전 의원은 복귀 후 곧바로 이명박 정부의 국정장악력 제고를 위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여권 내에 파다하게 퍼져있는 상태다.

    따라서 ‘정치인 이재오’의 컴백은 그 자체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어쩌면 그는 ‘이판사판’ 심정으로 대운하를 강행하려 들지도 모른다.

    국정 지지율 20%대로 폭락한 마당이다.

    이로써 이명박 정부는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셈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대운하를 강행하는 도박을 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즉 그러다 성공하면 지지율을 끌어 올릴 수 있어 다행이고, 잘 안 되도 어차피 더 이상 떨어질 지지율도 없으니 그만이라는 심정으로 무리수를 둘 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지금 여권 인사들은 모두가 ‘이재오 복귀’를 학수고대하는 눈치다.

    마치 그가 추락한 지지율을 끌어 올릴 수 있는 마법사라도 되는 듯이 그의 복귀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우선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이날 이재오 전 의원의 정계 복귀문제에 대해 ""정치인이 정치를 안 하고 어떻게 하느냐.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며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손을 들어줬다.

    특히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전 <불교방송> ‘김재원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여권내 지리멸렬한 분위기도 있고 하니 이재오 선배가 돌아와서 여권의 한 축이 되는 것도 방법”이라며 “이 전 의원은 당연히 유학에서 돌아오면 정치활동을 할 분이고, 그걸 두고 왈가왈부하고 돌아와서는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것도 우습다”고 이 전의원 복귀를 기정사실화했다.

    심지어 그는 “그 분이 정계를 은퇴한 것이 아닌 만큼 돌아와서 당직이나 정무직을 맡을 수도 있고, 재보선에 도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재오계의 권택기 의원도 “귀국해서 중심축을 맡아 달라는 의견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나라당 지도부와 이재오계 의원들이 이처럼 그의 정계 복귀를 갈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권을 리드할 ‘인물’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한나라당내에서는 이재오 전 의원을 중심으로 국정의 가속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전 의원 자신이 지난 6월 한 지인에게 ""돌아가면 여권의 '군기반장'이 되겠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는 자신이 직접 칼자루를 쥐고 인적쇄신을 하겠다는 뜻일 게다.

    하지만 민주당의 지적처럼 독선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친이재오 체제’가 탄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필자가 누누이 지적했던 것처럼 아직은 정계복귀를 시도할 때가 아니다.

    그에게는 좀 더 오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국민여론을 무시한 한반도 대운하를 밀어붙이는가 하면 4.9총선에서의 공천파동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아 총선에서 낙선, 결국 등 떠밀리듯이 유학길에 오른 지 이제 몇 개월이나 됐다고 벌써 정치권 ‘입질’인가.

    거듭 말하지만 지금 당신은 국민들에게 잊혀 진 존재가 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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