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보수집권 ‘최후의 보루’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8-11-30 13: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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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지금 ‘박근혜 역할론’이 각 언론사의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어려운 국면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박 전 대표는 보수세력 집권을 위한 ‘최후의 보루’로 남겨 둬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20%대에서 좀처럼 올라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율보다도 무려 10%나 낮은 지지율이다. 이런 현상이 장장 7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12년 보수 세력의 집권은 영원히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때 이른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상대 당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당이 좀처럼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박근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박 전 대표의 존재가 이명박 대통령에 실망한 세력들로 하여금 민주당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MB는 지지하지 않더라도 그대로 한나라당 지지자로 남을 수 있게 붙들어 주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침묵을 유지하다가도 적절한 시점에 이명박 정부의 실책을 호되게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주고 있다.

    이른바 ‘촛불시위’ 때에는 국민의 소리를 외면하는 이 대통령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고, 최근에는 이명박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대북정책과 인사정책 등을 신랄하게 비판 한 바 있다.

    이런 모습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박 전 대표를 무기력한 민주당 보다 더 신뢰하게 만드는 요인일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 내 친이(親李, 친 이명박) 진영에서는 ‘박근혜 역할론’을 들먹이며, 박 전 대표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다.

    실제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MBN '뉴스현장, 정운갑의 Q&A'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는 정권이 어려울 때 정부를 도와주는 것이 맞다""고 ‘박근혜 역할론’에 불을 지폈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안상수 의원도 다음 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박 전 대표가 할 일은 어떤 자리가 주어지든 연연하지 말고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서는 것""이라고 거들고 나섰다.

    심지어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박 전 대표와의 '연말 회동'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뜬구름 잡듯이 또 다시 ‘박근혜 총리론’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사실 박 전 대표 총리 기용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총리설은 지난 1월 대통령 인수위 시절과 지난 6월 촛불정국 시절, 그리고 이번을 포함해 모두 세 번째다.

    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실체가 없는 그저 ‘설’일 뿐이다.
    진정성이 담겨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필자는 그것을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런 상태에서 설사 박 전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즉 총리에게 인사문제와 정책방향 수정 등 전권을 위임하지 않는 한 총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그저 ‘얼굴마담’ 역할일 뿐이라는 뜻이다.

    오히려 현 상태에서 총리직을 맡을 경우, 박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따른 모든 부담을 2012년 까지 고스란히 떠안고 가야만 한다.

    아무런 소득도 없이 대권주자로서 깊은 상처만 입을 뿐이라는 말이다.
    결국 이 대통령과 동반추락, 보수 세력의 재집권을 요원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

    꼭 총리를 정치인으로 바꾸고 싶다면, 지금 총리의 정치적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라면, 차라리 강재섭 전 대표를 총리로 기용하라.

    어차피 강 전 대표는 MB와 같은 배를 탄 운명 아닌가.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안 된다. 그는 보수 세력이 마지막까지 아껴야할 ‘최후의 보루’이다.

    그가 MB 정부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역할이 있다면, 오로지 ‘대북특사’ 정도일 것이다. 그 이상은 결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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