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정동영, 4.29 민심의 척도

    고하승 칼럼 / 시민일보 / 2009-03-15 13: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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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이른바 ‘거물’이라고 하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4.29 성난 민심 앞에서 ‘고물’로 전락한 느낌이다.

    오는 4월 29일에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는 울산 북구, 전주 완산갑, 경북 경주, 인천 부평을, 전주 덕진 등 전국 5곳에서 치러진다.

    이 가운데 한나라당 텃밭은 울산 북구와 경북 경주 2곳이고, 민주당 텃밭은 전주 완산갑과 덕진 등 2곳이다.

    수도권 지역인 인천 부평을구만 여야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박희태 대표와 정동영 전 의장 등 여야의 거물 정치인들이 수도권 지역구를 피해 자신의 텃밭으로만 눈길을 돌리고 있다.

    우선 박희태 대표의 경우를 보자.

    참 초라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 대표는 당초 부평출마를 유력하게 검토했고 당내서도 박 대표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상황이었다.

    박 대표 역시 원외대표의 한계를 절감해온 터라 승부수를 띄우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었다.

    그런데 4.29 재보선이 이명박 정권에 대한 중간심판 성격으로 굳어지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되고 말았다.

    현 정권의 잇따른 실정에 분노한 민심이 여당 대표에게 등을 돌리자 박 대표는 부평을 지역 출마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는 지경에 처하고 만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한나라당 텃밭이라고 하는 울산 북구 쪽을 향해 혀를 날름거리고 있다.

    여당의 대표마저도 자신의 텃밭이 아니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재의 민심이라는 것을 박 대표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으로서는 매우 어려운 선거다.

    실제 민주당 텃밭인 전주 지역은 사실상 포기한 상태이고, 울산북구와 함께 한나라당 텃밭으로 꼽히는 경주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친박 무소속 후보인 정수성 예비역 대장이 한나라당 공천이 유력시 되는 정종복 후보와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용산참사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을 이 지역에 전략공천 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겠는가.

    어쩌면 한나라당은 울산 북구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완패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민심이 좋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면 민주당은 어떤가.

    정동영 전 의원의 행보 역시 ‘거물’이라기보다는 ‘고물’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그가 박희태 대표처럼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는 수도권 지역이 아니라 자신들의 텃밭인 전주 덕진에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전주는 민주당에 유리한 선거지역이다. 어려운 싸움이어서 중량급 후보가 필요한 선거가 아니다. 민주당 후보라면 어렵지 않게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선거”라면서 “민주당 최고위원의 한 사람인 저는 정동영 상임고문의 공천에 반대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겠는가.

    사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사실상 사망선고라는 20%대에서 30%대를 오락가락 할 만큼 형편없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지율은 여전히 한나라당 반토막 수준에 불과하다.

    과거 10년간 집권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게 바로 이명박 정권의 무능과 비도덕성에도 불구, 선뜻 민주당으로 지지율이 옮겨가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다.

    그렇다면 정동영 전 의원과 같은 정치인이 환골탈태하는 의미에서라도 수도권 지역에 출사표를 전지고 그곳에서 승부수를 띄워 줘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과거 집권 10년의 잘못인지, 아니면 이명박 집권 1년이 더 잘못된 것인지 박희태 대표와 정동영 전 의원이 인천 부평을 지역구에서 맞붙는 것으로 판가름 내면 어떨까?

    그나저나 4.29 성난 민심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여야 거물급 정치인들의 모습이 너무나 추하다 못해 역겹게 느껴지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그러기에 잘하지 그랬어. 쯧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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