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쇄신 방향 제대로 잡았나?

    정치 / 고하승 / 2009-05-20 15: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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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이, “당헌당규 개정 당연”...‘친박, “혁신안 준수해야”
    4.29 재보궐선거 완패 이후 한나라당 내에서는 당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친이-친박 계파를 불문하고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절박감이 팽배해진 분위기다.

    하지만 쇄신의 방향에 대해서는 박근혜 전 대표 측과 친이 측이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어 향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단 친이 측은 ‘쇄신’의 방향을 당헌.당규 개정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반면, 박근혜 전 대표 측은 '현행 당헌당규 준수'가 쇄신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홍준표 원내대표는 20일 KBS 라디오에 출연, "우리가 야당 때 만든 당헌.당규가 10년만에 여당이 된 뒤 맞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쇄신특위의 업무"라며 당헌.당규 개정을 사실상 당연시 했다.

    당헌당규 개정 방향도 문제다.

    한나라당 쇄신특위는 20일 여의도 당사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원내쇄신책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는데, 이날 정책 분야에선 당.정협의 강화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이는 사실상 현재 당헌.당규상 규정된 당정분리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당을 대통령 직할체제로 만들어 당청소통을 강화하는 방안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한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최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의 중심이 청와대인데 청와대와 당이 따로 놀게 되면 상당히 어렵다. 그래서 대통령이 당의 중심이 되는 체제로 가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강력한 단일 지도 체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대통령 직할 체제’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즉 대통령 중심의 강력한 단일지도체제로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역시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 현행 당헌당규에 역행하는 방향이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에서 나오는 쇄신 내용은) 내가 대표 시절에 했던 내용"이라며 "그렇다면 그 내용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현재의 당헌당규에 ‘쇄신’의 모든 내용이 모두 담겨 있는데,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박 전 대표는 '당 화합 차원에서 친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합의 추대하자는 방안이 당 주류 측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당헌당규에 위배된다’며 거부한 바 있다.

    이는 당헌당규를 지키지 않는 무원칙한 봉합책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당헌당규를 준수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결국 박 전 대표는 현행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것보다, 이를 철저하게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쇄신’의 올바른 방향이라는 점을 피력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번 당내에서 불거져 나오는 ‘쇄신’요구를 빌미로 당헌당규를 이명박 체제로 바꾸려는 친이 핵심세력과 당헌당규 준수를 요구하는 박 전 대표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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