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心은 아주 단순하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09-05-21 1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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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 모든 정치는 박근혜로 통한다.”

    이는 요즘 각 언론사의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실제 모든 언론의 관심은 온통 ‘박심(朴心, 박근혜 마음)’에 쏠려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대표의 속내를 알아야만 향후 정치권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한나라당 내에서는 “‘박심’이 아니면, 아무 것도 안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파괴력이 대단하다. 우리나라 최고의 권력자인 이명박 대통령과 거대 공룡여당의 박희태 대표가 공동으로 기획한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도 “원칙이 아니다”는 박 전 대표의 말 한마디로 박살날 정도다.

    민주당 역시 전 국민의 지지를 받는 그의 발언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3월 미디어법을 비롯한 이른바 MB쟁점법안을 놓고 여야가 극한 대치상황에 처해 있을 때 박 전대표의 말 한마디가 극적 타결을 이끌어 내지 않았는가.

    당시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국회 내 대치와 관련, “한나라당이 양보를 많이 한만큼 야당도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 한마디가 교착상태를 보이던 여야 협상의 물줄기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각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의 관심이 온통 박근혜에게 쏠리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실제 언론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박심’을 분석하는 뉴스들을 잇달아 내보내고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홍수처럼 쏟아지는 그 많은 뉴스들 가운데, 박심을 제대로 파악한 뉴스는 손꼽을 정도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대부분의 뉴스가 ‘오보(誤報)’라는 말이다. 소위 메이저급 언론사의 베테랑 기자라고 자부하는 자들까지도 ‘오보’ 행렬에 가세하고 있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의 행보와 관련해서 유독 오보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일선 기자들이나 데스크들이 보아왔던 보통의 정치인들과 박근혜 전 대표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행보가 결정되지만, 박 전 대표는 ‘원칙과 정도’에 따라 행보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이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 박심 분석 기사는 모두 오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비록 자신에게 불리하더라도 원칙과 정도를 지키려는 성향이 강하다. 아무리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해도 그것이 원칙과 정도를 벗어난 길이면, 결코 그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박 전 대표에게 유.불리를 따지며, 박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석하는 기사는 모두 엉터리일 수밖에 없다.

    간단한 사례를 한번 들어보자.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이 처음 언론에 등장할 때, 필자는 웃었다.

    세상에 그런 엉터리 같은 짓이 어디 있는가 싶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박 전 대표의 반대가 예상됐었다. 아니나 다를까. 박 전 대표는 단호하게 “노”라는 의사를 표시했다.

    김무성 의원이 싫어서?

    아니다. 이미 당헌.당규에 따라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사람들이 있는데, 밀실에서 대통령과 당 대표가 은밀하게 특정인에 대해 추대를 결정하고, 이를 무조건 따르라는 것은 원칙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 자신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국정운영의 동반자가 되라는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정운영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몫이다. 더구나 현재 당헌당규는 철저하게 당정을 분리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국정운영에 동반자로 참여하는 것은 자신이 만든 당헌당규를 스스로 위배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안 하는 것이다. 역시 유.불리를 계산에 두지 않은 선택이다.

    그런데 참 희한한 것은 유불리보다 원칙과 정도를 우선하는 그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은 이명박 정권은 침몰 직전의 타이타닉호와 너무나 닮았다.

    만일 이명박 호에 박 전대표가 동승했다면, 그의 운명 역시 이명박 정권의 몰락과 함께 공멸했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당장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보다 원칙과 정도를 지키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한 셈이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박 전 대표가 이명박 정권과 손을 잡아야 차기 대권이 보장된다”는 식의 엉터리 같은 주장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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