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서거, 검찰 책임론 봇물

    정치 / 고하승 / 2009-05-25 15: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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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회창 “검찰 과잉수사 규명돼야”...검찰 내부 “수사방식-절차 부적절”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책임론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실제 이인규 대검찰청 중수부장, 홍만표 수사기획관, 우병우 중수1과장 등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진행해 온 수사팀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히 끊었다.

    홍만표 수사기획관 주재로 매일 열렸던 수사 브리핑도 무기한으로 잠정 중단됐으며, 북적거렸던 취재진도 상당수 빠져나가 대검찰청 청사에는 적막감마저 흐르고 있다.

    특히 대검찰청은 23∼24일 연속 검사장급 회의를 열었던 모습과는 달리 월요일마다 과장급 간부가 모여 현안을 논의했던 정례회의를 취소한 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무리한 검찰 수사'를 비난하는 네티즌의 항의는 계속되고 있다. 대검 홈페이지(www.spo.go.kr) 토론방에는 이날에도 네티즌들의 성토 글이 잇따랐다.

    정치권도 검찰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검찰조사가 필요 이상으로 집요하거나 또 투망식으로 되거나 장기간 연장됨으로써 불행을 초래한 원인이 되었다면 검찰권의 진정하고 공정한 정립을 위해서도 규명되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이번 서거가 국민 간의 대립과 분열의 불씨가 아니라 진정한 이해와 화합의 계기가 되기 위해서 이 분을 자살까지 몰고 간 잘못은 없는지 진지하게 가려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심지어 검찰 내부에서 수뇌부 책임론을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있다.

    실제 검찰 내부에서는 “정치적 수사”라는 일반적 비평에 더해, 수사 절차와 방식의 부적절함에 대한 지적과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수사가 ‘망신 주기’ 형태로 진행됐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검찰이 뇌물수수 혐의 입증에 별 상관이 없는 돈의 사용처 규명에 팔을 걷어부치면서 일이 꼬였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이와 관련 검찰 출신의 한 인사는 “회갑기념 명품시계 선물 논란이나 미국의 고급 아파트 구입 논란 등이 대표적 예로 검찰 조사 때 노 전 대통령이 한 진술이 여과 없이 그대로 언론에 흘러나왔고, 노 전 대통령 쪽에서는 그런 진술조차 불리한 방향으로 윤색됐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노 전 대통령이 대질을 거부했는데도 박연차 씨를 조사실로 들여보내 대면하게 만들고, 검찰이 그 과정을 상세히 브리핑한 것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정치권 인사는 “BBK 사건 당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와 최경준씨는 동영상 공개와 명함 등 확실한 물증들이 나왔는데도, 대질신문은커녕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고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과 너무나 다른 태도였다”고 검찰의 이중 잣대를 비난했다.

    이에 따라 다급해진 검찰이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수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이미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검찰의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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