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국민의 피를 보자는 것인가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09-06-04 14: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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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방식을 보면, 마치 물가에 내어 놓은 어린 아이처럼 아슬아슬하기 그지없다. 저러다 언제 물가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한나라당 내 그의 추종세력들이다.

    그들의 태도는 흡사 물가에서 장난질치는 어린아이를 방치하고 있는 부모와 너무나 닮았다.

    누차 지적하는 바지만 지금의 민심은 ‘반(反)한나라당’이 아니라, ‘반(反)MB’다.

    물론 ‘반MB’ 영향을 받아 한나라당 지지율도 덩달아 폭락하고는 있지만, 그것은 잘못된 당.정.청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것으로 얼마든지 방어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천하태평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국면 전환용으로 인사하는 것은 구시대적 정치 발상"이라면서 국면 전환용 개각을 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당·정·청이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게 무슨 소린가.

    국민들이야 뭐라고 하든지, 자신의 고집대로 인사를 밀어붙이겠다는 소리 아닌가.

    더구나 당헌.당규에 따라 당정(黨政)과 당청(黨靑)은 분리되는 게 마땅한 데 단합하라니...

    결국 청와대가 ‘단합’이라는 명분 아래 일일이 당무(黨務)를 간섭하겠다는 뜻 아니겠는가.

    이 대통령의 생각은 한마디로 이런 것 같다.

    “정부와 청와대는 잘 하고 있는데, 당이 따라주지 못해서 지금 이런 지지율 폭락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어쩌면 친이 진영에서 박희태 대표 등 지도부의 총사퇴를 거론 한 이면에는 대통령의 이런 의중이 반영돼 있는지도 모른다. 친이 측이 조기전당대회를 열자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즉 이른바 ‘MB 악법’을 조속한 시일 내에 처리하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명령을 지상명령처럼 받들고, 강하게 밀어붙일 강성 친이 지도부가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의중을 충실히 반영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 대통령을 추종하는 당내 친이(親李) 인사들의 태도다.

    친이 핵심인 안상수 원내대표는 4일 당 쇄신론과 관련, "지금 변화와 쇄신은 당위일 뿐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대한민국의 운명이 여기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의원연찬회에서 "모든 개인이든, 단체든 생물은 변화와 쇄신을 거치지 않으면 적자생존에서 도태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웃긴다.

    마치 박근혜 전 대표가 당 대표 재임시절 만든 당헌당규는 구시대의 유물이니, 이걸 개정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과연 그런가.

    아니다. 박 전 대표 재임시절 만든 당헌당규는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한 획을 그을만한 획기적인 혁신안이다. 과거 ‘제왕적 총재’ 시절의 비민주적 공천방식을 폐지하고, 상향식 공천 등 투명한 공천시스템을 만들었다.

    또 당이 청와대나 정부의 거수기 노릇을 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 당정분리 원칙이 이뤄지도록 했다.

    그런데 이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당이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쇄신은 현재의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게 아니라, 당헌당규를 반드시 지키도록 못을 박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

    그런데 친이는 ‘쇄신’이라는 명분으로, "당·정·청이 단합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명령을 받들어 당청간 소통을 강화하려는 음모를 진행시키고 있으니 문제다.

    실제 친이 세력들은 ‘당청 소통 강화를 위해 대통령을 선출직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로 추대한다’는 조항을 삽일 할지도 모른다. 더 심하면 ‘대통령을 총재로 추대한다’는 조항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일을 추진하려면, 보다 강경한 친이 측 인사가 당 대표를 맡아야 하는데 조기전대는 그래서 필요한 것일 게다.

    친이 측에서 지금, 박근혜 전 대표에게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그런 명분에 힘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

    한마디로 박 전 대표에게 들러리를 서라는 무례한 요구인 셈이다.

    아무리 듣는 귀가 막혔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꽉 막혔을 줄이야.

    이러다 20년 전 우리의 이웃나라 중국에서 발발한 ‘천안문 사태’가 서울 광화문에서 재연되는 것이나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다.

    제발 국민의 피를 보자는 뜻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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