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핵심은 당권-대권 분리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09-06-08 17: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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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그동안 한나라당 내에서 쇄신 문제와 관련해 ‘현 지도부 용퇴’, ‘조기전당대회 개최’ 등 여러 가지 방안이 나오긴 했으나, 모두가 곁가지에 불과했다.

    제대로 쇄신의 본질을 짚지 못했다는 말이다.

    실제 친이(친 이명박)계 소장파 의원 7명은 당 지도부 용퇴 및 조기 전당대회 개최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연판장 돌리기'를 비롯한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이들 친이 소장파 그룹에는 임해규 정두언 차명진 권택기 김용태 정태근 조문환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누차에 걸쳐 지적했듯이 당 지도부 용퇴는 물론, 조기전당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쇄신’과 아무 관련이 없다.

    지난 4.29 재.보궐선거 참패에서 출발한 쇄신 논란이다. 그렇다면 참패 원인 제공자를 문책하는 게 맞다. 그런데 박희태 대표의 잘못으로 한나라당이 완패 했는가?

    아니다. 당이 현재의 당헌당규를 철저하게 준수하지 못한 게 참패의 원인이다.

    그렇다면, 마땅히 당헌당규를 철저하게 준수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

    현재의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권과 대권의 분리 원칙에 의해 이명박 대통령이 당무에 관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이 공천 문제에 깊게 개입하는 등 사실상 이 대통령 대리인들이 설쳐댔었다. 특히 국민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 ‘MB악법’에 대해 한나라당이 제동을 걸기는커녕, 오히려 청와대의 속도전 요구를 지상명령처럼 받들어 모시는 한심한 모습을 보여 왔었다.

    이게 한나라당 참패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쇄신은 철저하게 당권과 대권분리 원칙을 준수하는 쪽으로 모아지는 게 맞다.

    하지만 당내에서 이런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뒤늦게나마 개혁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민본 21’ 공동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식 의원이 8일 ‘당권과 대권 분리 원칙’을 강조하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즉 한나라당 쇄신의 핵심은 현재의 당헌당규에 나와 있는 대로 ‘당권과 대권의 분리 원칙’을 확실하게 준수하는 데 있다는 말이다.

    그가 한나라당 쇄신문제에 대해 핵심을 제대로 짚은 셈이다.

    그런데 정작 당내에서 쇄신문제를 다루는 쇄신위가 남의 다리나 긁어대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실제 쇄신위는 이날 이른바 `화합형 대표 추대론'이라는 것을 제시했다.

    원희룡 쇄신위원장이 제시한 `화합형 대표 추대론'은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선출하자는 것으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하겠다는 뜻이다.

    어쩌면 원 위원장은 차기 대표로 박근혜 전 대표를 추대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명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당정분리 원칙을 준수하는 시스템이 먼저 구축되지 않는 한 그 어떤 방안도 쇄신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그 이전에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당헌당규에 포함시킬 경우, 이 대통령이 당 대표가 되겠다는 욕심을 부리면 제재할 방도가 없다.

    더구나 쇄신위의 진정성에도 불구, 친이 측이 이명박 대통령을 대표로 추대하는 꽁수로 이를 활용할지도 모른다.

    실제 친이 측은 노골적으로 그런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따라서 화합형 당대표 추대에 앞서 당권과 대권 분리 원칙을 어떻게 준수해 나갈지 그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그게 쇄신의 본질이자 핵심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당이 이명박 정권의 하수인 노릇이나 하는 구조라면, 당의 얼굴을 박근혜 전 대표가 아니라 예수님이나 부처님으로 바꾼다고 해도 한나라당은 희망이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살아남는 길은 이명박 정권의 오만한 독선에 제동을 거는 길 뿐이다. 이명박 정권의 잘못에 대해 준엄하게 질타하지 않는 한 한나라당은 살아남을 수 없다.

    당권과 대권 분리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문제를 제외한 모든 쇄신 논의는 한낱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만일 이 대통령이 당권-대권 분리 원칙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당헌당규를 위반한 해당 행위로 간주해 탈당을 종용하거나 강제적으로 출당시키는 방안도 쇄신위에서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경고하거니와 끝내 한나라당이 당정분리 원칙을 이뤄지내 못할 경우 박 전 대표가 '대안정당'의 기치를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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