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늬우스 - 4대강 살리기’ 홍보 광고를 영화관에서 틀자는 아이디어를 낸 미치광이가 누굴까?
중앙일보에 30일자 보도에 따르면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이 청계천 복원사업 때 서울시내 영화관에서 홍보물을 상영해 반대 여론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봤던 경험을 떠올리며 “4대강 살리기도 영화관에서 홍보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참모들을 독려했다는 것.
결국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참모들은 1분 30초짜리 홍보 광고 ‘대한늬우스’ 두 편을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일부 참모들이 ‘일방적 홍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주저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그들에게 “왜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느냐”고 질책했고, 결국 이 대통령의 뜻에 따라 전무후무한 희대의 코미디물인 ‘대한늬우스’가 탄생했다.
대한늬우스는 1953년부터 1994년까지 매주마다 대한민국 정부가 제작하여 영화관에서 상영했던 영상 보도물이다.
당시 영상보도물은 모두 정부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왜곡된 사실이 매우 많았다.
그래서 대한늬우스는 “권위주의적 정권의 상징물이었을 뿐만 아니라 정권의 부당성을 감추는 도구”라는 혹평을 받아 왔다.
그런데 2009년 판 대한늬우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9년 6월 25일부터 전국 극장에서 상영된 '대한늬우스' 는 예전의 대한늬우스에서 이름을 빌려온 것으로, 물론 형식도 다르고 정기적으로 상영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판박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실 왜곡이라는 점에서는 너무나 닮았다.
우선 ‘대한 늬우스 4대강 살리기’는 한국방송공사의 개그콘서트 "대화가 필요해"형식의 개그맨 김대희와 장동민, 양희성이 가족으로 나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 대화하는 1분 30초 분량의 코믹 정책홍보 동영상으로 "가족여행"편과 "목욕물"편 등 2편이 상영된 바 있다.
1편 "가족여행"에선 아버지와 어머니, 고등학생 자녀가 식탁에 모여 앉아 식사를 하며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성격(자전거 도로 깔기, 생태 공원 조성, 역사박물관 건립)을 이야기 하며 관광 산업으로서의 가치를 집중 부각시켰다.
2편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이는 철저한 사실 왜곡이다.
환경훼손의 심각성이나 각종 예상되는 부작용 등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재미있는 영화를 보러 갔다가 어쩔 수없이 ‘대한늬우스’를 강제적으로 시청한 국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최악이다.
관객들은 한마디로 코믹은커녕, 썰렁하다 못해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심지어 한 네티즌은 “사이코패스 가족의 대화를 본 기분”이라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특히 포털 다음 아고라에서는 "대한늬우스 하는 극장에 가지 말자"며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아이디 ‘더불어숲’은 최근 다음 아고라 청원방에 “왜 돈 주고 4대강 홍보영상을 봐야 하느냐”며 “정부의 말도 안 되는 정책에 항의하는 뜻으로 대한늬우스가 상영되는 한 달(6.25~7.25) 동안 ‘극장 안 가기 캠페인’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서명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뿐만 아니라 "극장표 사기 전에 4대강 살리기 광고하는지 확인하자" "대한 늬우스 나오면 야유하자"는 등의 비판 의견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런 비난 여론에 굴복한 문화부는 결국 “대한늬우스 제작, 추가 계획은 없다”며 지난 29일 항복을 선언하고 말았다.
비록 어느 미치광이의 아이디어로 많은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기는 했지만, 뒤늦게나마 문화부가 이런 사실을 알고 더 이상 혈세를 낭비하지 않겠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번 일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유사한 사건이 또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터무니없는 아이디어를 내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이 대통령에게 사과하라거나 물러나라고 요구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엉터리 같은 명령을 받고, ‘일방적 홍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주저하며 반대했던, 지극히 정상적인 참모들을 찾아내 표창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잘못된 정책에 대해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국가 지도자가 미치광이 같은 짓을 저질러도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시스템이라면, 그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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