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중대 선진당, 정말 역겹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09-07-05 12: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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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 법 무엇이 문제인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이다.

    우선 탄생해서는 안 될 법안이 만들어졌다는 게 문제다.

    지난 2006년 11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직 보호법의 정식 명칭은 각각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노동위원회법 등이다. 이들 3개법안을 통칭하여 비정규직 보호법(비정규직법)이라 부르는 것이다.

    당시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직법안의 주요골자는 근로자 100인 이상 기업 (이전에는 300인 이상인 기업)에 적용하며, 2년간 비정규직으로 근무할 경우에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당시 필자는 이 법안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물론 이 법안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자는 것으로 그 취지 자체는 문제가 없다.

    실제 정규직 노동자는 회사에 정식으로 고용이 되어 일정 기간 동안 고용이 보장되고, 부당한 해고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는 단기간(1~2년)계약을 하며, 고용계약기간을 고용자가 임의로 연장한다.

    따라서 다음 재계약을 위하여 현실적으로 많은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많다.

    이런 불이익을 타파하기 위해 이른바 ‘비정규직법’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그러나 2년 후 비정규직이 자동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게 당시 필자의 판단이었다.

    오히려 2년 이하의 근무자는 해고해도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비정규직의 대량 해고가 불 보듯 빤하게 예상되는 그런 법안이었다.

    그래서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그토록 반대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간 지금 경영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보다는 대량해고 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시 필자가 예상했던 대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절대 불리한 법안이라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든 바로 잡아야 한다.

    정치권이 잘못 판단해 비정규직의 생존권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는 만큼, 정치권이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의 청와대 밀담 이후 노골적으로 한나라당 2중대를 자임하고 나선 자유선진당의 행태를 보면 가관이다.

    실제 선진당은 당초 여당의 `단독 국회'에 반대 입장이었으나, 두 사람의 밀담 이후 태도를 변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등원,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주는가 하면, 비정규직법과 관련해 선진당은 한나라당을 대신해 `1년6개월 유예안'을 제안해 주었다. 물론 한나라당이 이를 전격적으로 수용했고, 양당은 아예 드러내놓고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회 비정규직특위를 제안한 것도 선진당이고, 한나라당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받아들였다.

    마치 선진당이 곤경에 처한 ‘한나라당 일병 구하기’에 나선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1년6개월 유예안'이 왜 문제인가.

    잘못 끼워진 단추는 처음부터 다시 끼워야 한다.

    그런데 1년 6개월 동안 그대로 방치했다가, 그 때 가서 다시 단추를 끼우겠다는 발상으로 상당히 무책임한 태도다.

    더구나 비정규직법을 유예함으로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기업마저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최악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노동의 유연성이 문제라면, 비정규직도 동일노동에 대해서는 동일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

    따라서 이 문제를 유예할게 아니라, 지금 당장 꼬인 실타래를 풀어 나가야 한다.

    일정기간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에 대해 정부가 지원을 해 주든지, 그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대해 세재 혜택 등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는 게 옳다는 말이다.

    그 재원은 대운하로 의심되는 ‘4대강 사업’의 예산으로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 산하를 황폐화 시키는 사업에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책정하면서도, 정작 우리 이웃이 비정규직으로 당하는 설움과 아픔을 해결하는 일에는 그토록 인색한 정부라면, 어찌 그 정부를 ‘서민적인 정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

    시장 바닥에서 떡볶이 사먹는 쇼를 수 백번해도,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하는 정부라면 그 ‘떡볶이 쇼’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당초 이런 법안을 만든 구여권의 잘못도 크지만, 이를 해결할 생각은커녕 1년 반 동안 밀어놓고 보자는 신여권의 무능함과 무책임함이 안쓰럽다 못해 분노가 치밀어 오를 지경이다.

    특히 선진당의 ‘한나라당 2중대 선언’은 정말 역겹다. 그렇게 해서 무엇을 얻자는 것인지 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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