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친위대 내각' 우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09-08-25 17: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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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대통령이 조만간 청와대 개편 및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이르면 금주 중 청와대비서실 개편에 이어 내달 초에는 개각까지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현재 한나라당 당헌당규개정 특위가 구성돼 있고, 경남 양산 재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박희태 대표가 대표직을 사임할 경우 한나라당 지도체제까지 바뀌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당정청 여권 전체에 지각변동에 가까운 인적쇄신작업이 이뤄지는 셈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인적쇄신의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된 내용이 하나도 없다. 다만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젊은 내각’과 ‘화합형 내각’이 구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을 뿐이다.

    실제 여권 핵심 관계자는 25일 “이번 인사의 핵심 포인트는 국민통합과 젊은 내각”이라고 말했다.

    즉 능력을 갖추면서도 비교적 젊은 정치인이나 관료 중 일부를 장관으로 전진 배치해 내각 분위기를 일신하고, 지역과 계파를 초월한 탕평인사를 실시함으로써 화합을 도모하겠다는 것.

    이런 뜻이야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필자 역시 이런 뜻에는 전적으로 찬성이다.

    그러나 문제는 하마평이 오르내리는 인물들이 과연 합당한 인물이냐 하는 점이다.

    실제 한나라당에서 임태희(53) 최경환(54) 원희룡(45) 주호영(49) 나경원(46) 의원 등이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거론되는 인물 중에는 친박계 최경환 의원처럼 계파 화합을 고려한 인물도 있겠고, 국민들로부터 정말 능력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이건 아니다”라고 하는 인물도 그 가운데 일부 포함돼 있다.

    만일 국민들을 대상으로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만한 인물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말로는 ‘화합’이라고 하면서, 실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알아서 기는’ 사람들을 새로운 내각에 기용하려는 게 아닌지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특히 화합형 인선과 관련해선 총리를 교체할 이른바 ‘충청 연대론’ 을 고리로 한 충청권 총리론이 여전히 거론되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 이원종 전 충북지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이완구 충남지사, 정우택 충북지사 등이 유력 후보군에 오르내린다.

    진정 지역화합을 모색한다면, 호남권 총리를 기용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필요하다면 민주당측 인사를 총리로 기용해 사실상의 중립내각을 구성하는 방안도 모색해 볼만 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호남 민주 인사 총리 카드는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정부가 실패하더라도 한나라당 후보가 덤터기를 쓰는 것을 방지할 수 있지 않겠는가.

    더구나 충청 총리론에 대해서는 한나라당내 친박 진영에서조차 ‘박근혜 견제카드’라고 보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지역화합을 명분으로 내세우다 당내 계파 갈등을 부채질할 수도 있는 카드를 굳이 고집할 이유가 무엇인가?

    그리고 지역화합보다 더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이념화합을 위해 차라리 중도성향의 총리를 기용하는 것은 또 어떨까?

    한나라당내에서도 홍사덕 의원 같은 경우는 극단적인 보수와는 성향이 다른 중도우파 인사다. 차라리 이런 인사를 기용해 이념갈등을 봉합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내각에 대해서는 ‘강부자 내각’이니 ‘고소영 내각’이니 하며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 거론되는 일부 인사 가운데 ‘친이 친위대’성격의 젊은 정치인이 포함돼 있어서 걱정이다.

    이러다 ‘친위대 내각’이라는 또 하나의 조롱거리가 생기는 게 아닌지 염려되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명박 대통령은 새로운 내각과 청와대 개편에 보다 신중을 기해 인사를 단행해야 할 것이다.

    모쪼록 ‘신선함’이라는 포장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 나머지 ‘경륜’이라는 알맹이를 소홀히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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