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의 핵심은 박근혜 견제?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09-09-01 13: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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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국회의장 직속 기관인 헌법연구자문위원회가 지난 31일 개헌안 최종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개헌의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 프랑스식 이원정부제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동시에 제안했다.

    물론 국민여론을 의식해 두 가지 방안에 대해 ‘동시 제안’이라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원정부제에 더 힘이 실리고 있음은 삼척동자라도 알만한 일이다.

    이미 여당의 실세인 안상수 원내대표가 ‘이원정부제’ 전도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하면, 김종인 헌법연구자문위원회 위원장 역시 ‘4년 중임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 왔기 때문이다.

    이원정부제는 대통령이 국무총리 임명권을 갖지만 내각구성권은 모두 국무총리가 갖게 된다. 한마디로 의회를 중심으로 의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국정을 이끌어가는 정부형태다.

    실제 이원정부제를 실시할 경우 총리는 행정부 수반으로서 치안, 경제정책, 국방 등 행정에 대한 최고책임자 역할을 담당하고, 군통수권과 해외파병 및 조약비준 제청권, 국회(하원) 해산 제청권, 법률안 제출권과 법규명령 제정권 제청권, 내각구성권 등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반면 5년 단임 직선제로 선출되는 대통령은 국무총리·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임명권, 국회(하원) 해산권, 국민투표 부의권, 계엄선포권과 긴급명령권 등 지극히 형식적인 권한만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원정부제는 내각제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제도다.

    한마디로 이원정부제 하에서 대통령은 사실상 ‘얼굴마담’에 불과한 것이라고 보면 맞다.

    김종인 위원장도 1일 한 방송에 출연 “대통령에게 일정한 권한을 주기 때문에 흔히들 이원집정부제라고 얘기하는데 실질적으로는 의회를 바탕으로 한 총리중심의 정부형태”라고 시인했다.

    특히 그는 같은 날 다른 방송에서 이원정부를 실시할 경우 차기 유력 대권주자들이 대통령보다는 서로 총리를 하려고 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즉 이원정부제에서의 대통령은 별 볼일 없는 자리라는 뜻이다.

    그러면 왜 국회의원들은 이원정부제를 선호하는 것일까?

    이원정부제에서 국회의원들의 권한이 매우 막강해 지기 때문이다. 실세 총리를 선출하는 권한을 갖는데다가 자신들이 장관을 겸직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회가 개헌을 주도할 경우 이원정부제 쪽에 힘이 쏠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시키고, 자신의 권한을 키운다는 데 누가 반대할 것인가.

    설령 국회가 국민들의 요구에 굴복해 자문위가 제안한 ‘4년 중임제’를 실시하더라도 대통령의 권한은 매우 축소되는 반면, 국회의 권한은 대폭 강화된다.

    실제 자문위가 제안한 4년 중임 정·부통령제의 경우 현행 대통령제의 내각제적 요소를 배제하고 국회의 권한을 강화했다.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국정전반을 통할하는 행정수반의 역할을 담당하지만,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을 삭제해 버렸다. 법률안 제출권은 오직 국회만 갖게 되는 것이다.

    기존의 국무총리제와 국무회의도 폐지된다.

    결국 이원정부제를 하든, 4년 중임제를 실시하든 개헌의 요지는 온통 ‘차기 대통령 권한 약화’라는 데로 초점이 모아진 것처럼 보인다.

    왜 그럴까?

    혹시 살아 있는 권력이 미래 권력에 모든 것을 넘겨주고 싶지 않다는 의도가 개헌론에 숨겨진 것은 아닐까?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살아 있는 권력, 즉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 세력들이 미래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견제하려는 음모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런데 필자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심지어 야당의 전략통이라는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 같은 음모를 눈치 채고,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당선될 가능성이 큰 것에 대한 친이계의 공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친이 진영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헌의 핵심은 ‘오로지 박근혜 견제’일 뿐이라는 게, 세상에 알려졌다는 말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국회가 개헌논의를 중단하기는커녕, 오히려 채찍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말 이러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이원정부제나 약화된 대통령제에 대해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게 되는 것이나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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