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자민당 몰락을 보고 배워라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09-09-07 16: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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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대통령은 종전 이후 사실상 반세기가량이나 일본을 지배했던 자민당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필자는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장기집권 시나리오’ 가능성을 수차에 걸쳐 언급한 바 있다.

    즉 ‘당정청 소통강화’라는 명분으로 한나라당 당헌당규를 개정해 당을 사실상 대통령 직할체제로 만드는 한편,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부각시켜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정부제)로 개헌을 ‘여론몰이’하는 시나리오가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한마디로 일본의 자민당식 장기집권 음모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일본의 자민당은 몰락하고 말았다.

    실제 지난 달 30일 치러진 선거에서 일본 민주당은 총의석 480석(지역구 300석, 비례대표 180석) 중 308석을 차지한 반면, 자민당은 119석을 얻는데 그쳤다.

    선거 전 민주당이 113석, 자민당이 300석이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역전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여전히 자민당 식 장기집권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지난 3일 있었던 ‘9.3 개각’을 보자.

    이날 이명박 정부의 첫 특임장관으로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이 내정됐다. 특임장관이란 이미 11년 전에 폐지됐던 ‘정무장관’의 부활로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특임장관의 주된 역할은 당청간 소통에 초점이 맞춰 질수밖에 없다. 즉 이명박 대통령의 뜻을 당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뜻이다.

    실제 법률상에는 특임장관의 업무가 ‘대통령이 지정한 사항을 처리 한다’고 돼있다.

    그동안 공석으로 둬온 특임장관을 이날 임명한 것을 보면, 이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가 바로 ‘당청 소통’에 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당청 소통 강화’를 위한 직책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청와대에도 ‘정무 특보’라는 직책을 새로 만들어 맹형규 정무 수석을 특보로 임명했다.

    물론 특임장관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무 수석이 없어진 것도 아니다. 정무 수석에는 박형준 의원이 새롭게 임명됐다.

    결과적으로 당청 소통 강화를 위해 ‘특임장관’과 ‘정무특보’라는 직책이 새로 만들어 진 셈이다.

    이는 당권과 대권의 분리 원칙이 명시된 한나라당 당헌당규와 맞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특임장관과 정무특보 및 정무수석은 당헌당규를 대통령 직할체제나 대통령 친정체제로 바꾸는 역할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당내에 당헌당규개정 특위가 구성돼 있는 만큼, 그럴 개연성은 충분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대통령제의 폐해를 부각시켜, 분권형 대통령제를 추진하도록 국민여론을 형성하는 역할도 맡게 될 것이다.

    이미 국회의장 자문기관인 헌법연구자문위원회가 이원정부제 개헌논의를 위해 멍석을 펼쳐 놓은 상태다.

    실제 헌법연구자문위는 지난 달 31일 권력집중 방지를 위한 정부형태 개편안으로 이원정부제와 4년 중임제를 제시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물론 이원정부제에 더 힘이 실려 있음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결국 이 대통령은 강화된 정무직을 통해 한나라당 당헌당규를 개정하고 당을 장악한 뒤, 이원정부제로 개헌을 유도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원정부제로 개헌할 경우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은 사실상 ‘얼굴마담’에 불과하고,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실권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원내 다수당의 당권을 가진 자가 총리로 선출되는 것 아니겠는가.

    즉 이명박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고, 이원정부제로 개헌이 이뤄질 경우, 그 자신이 차기 대통령 선거에는 출마 할 수 없지만 국회에서 선출하는 총리가 될 수도 있고, 그게 조금 껄끄럽다면 그 자신이 지명하는 사람을 실권총리로 만들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정운찬 총리 카드는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둔 카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같은 장기집권 음모가 그의 계획대로 성공을 거둘 확률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수십년 간 정체돼 있던 일본 자민당의 몰락이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새 시대의 패러다임은 ‘정체’가 아니라 ‘변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명박 대통령은 ‘변화’를 이끌어 낼 추동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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