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MB호’ 동승...대형사고 우려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09-09-10 13: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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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에 ‘반(反)MB 비(非)민주’ 정서가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

    필자가 이 같은 내용의 칼럼을 쓴 것만 해도 족히 수십여 차례는 될 것이다.

    실제 지난 5월 31일 “지금의 민심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반MB 비민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이 같은 민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칼럼을 쓴 바 있다.

    이후 7월 14일에도 “지금 국민의 정서는 한마디로 ‘반 MB’다. 민주당 지지율이 최근 급상승한 것도 이 같은 정서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면 맞다. 박근혜 전 대표 역시 한나라당 내 야당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반 MB’ 중심인물로 인식돼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었다.

    또 7월 30일에는 “민주당을 보고 ‘대안부재 정당’이니 ‘불임정당’이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대체 이 같은 민심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앞서 필자가 수차에 걸쳐 언급했듯이 ‘반MB 비민주’의 국민정서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고 보면 맞다. 즉 이명박 정권이 죽도록 싫지만, 왠지 민주당에도 그다지 정이 가지 않는다는 게 지금의 민심이라는 말이다”라고 단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지형변화에 따른 현상을 분석한 것에 불과할 뿐, ‘반MB 비민주’ 정서가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난 적은 없었다.

    그런데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7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에게 ARS전화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P)를 실시한 결과 ‘반MB 비민주’ 정서가 수치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선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총리로 내정된 것과 관련, 정 내정자의 업무수행에 대해 ‘기대가 된다’는 응답은 54.2%, ‘기대가 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30.6%로 그에 대한 기대감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진보적 중립성향을 지닌 정 총리내정자는 평소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 왔던 인사다.

    특히 그는 특정 상위계층만을 위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강하게 반대해 왔다.

    그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은 MB 정권의 총리로 그런 평소의 소신을 펼쳐주기 바란다는 응원인 셈이다.

    그럼에도 그가 여권 내 차기대권 구도에 변화를 줄 지에 대해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40.6%)라는 응답보다는 ‘별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다’(42.0%)라는 부정적 응답이 더 많았다.

    즉 정 총리 내정자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만, 대권구도에는 영향을 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왜 그럴까?

    정 총리 내정자가 확실하게 ‘반MB’ 국민정서를 대변하는 역할을 수생하기만 한다면, 그가 곧바로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로 급부상할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예상 때문일 것이다.

    비민주 정서를 잘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실제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범야권의 향후 진로와 관련, ‘민주당 중심이 아닌 새로운 연대의 틀을 만들어 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응답이 41.3%로 ‘제1야당인 민주당을 중심으로 범야권 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응답 30.9%보다 무려 10%P 정도 더 높게 조사됐다. 심지어 민주당 지지층에서조차 ‘민주당 중심으로 통합해야한다’는 의견(57.7%)이 비록 더 높기는 했으나 ‘새로운 연대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32.1%)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동안 민주당이 ‘반MB’ 국민정서를 제대로 대변해 주지 못한데 따른 불만의 표시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죽도록 싫지만, 왠지 민주당에도 그다지 정이 가지 않는다는 게 지금의 민심이다.

    만일 정 총리 내정자가 이 같은 민심을 제대로 읽고,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된 정책들, 즉 사실상의 대운하 사업이라고 의심받는 4대강 사업, 특정 상위 5%만을 위한 부자감세 등에 제동을 걸 수만 있다면, 그는 단숨에 박근혜 대항마로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 같은 기대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길 바라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 같다.

    어쩌면 이 대통령과 정 총리가 서로 불협화음만 내다가 끝내 연주를 망치거나, 오히려 이 대통령의 브레이크 없는 무한독주에 동승해 대형 사고를 방조하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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