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조기전대 실시하나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09-10-12 12: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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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정몽준 대표를 겨냥 "승계직 대표체제가 너무 오래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불교방송 '김재원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한 달 된 정몽준 대표체제를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표체제가 전당대회를 통해서 뽑은 체제는 좋지만 승계를 받아서 하는 이런 체제는 너무 오래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안 원내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내년 초 조기전당대회 개최 필요성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이다.

    사실 그동안 공성진 최고위원 등 이재오계는 끊임없이 조기전대론을 주장해 왔었다. 그러나 당 입성을 노리던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최근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조기전대론은 수면 하에 가라앉은 듯 보였다.

    그런데 친이계의 핵심인 안상수 원내대표가 이처럼 조기전대론을 다시 꺼내 든 것이다.

    그러면 조기전대는 실시되는가?

    오는 10월 28일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의 성패가 관건이다.

    모두 5곳에서 치러지는 이번 재보선에서 정몽준 대표체제의 지도부가 3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면, ‘지도부 책임론’에 따른 조기전대론을 물 건너가고 결국 정몽준 대표는 내년 7월 잔여임기까지 무사히 채울 수 있게 된다.
    그런데 현재 판세로는 일단 한나라당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본격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3곳과 2곳에서 자당 후보의 ‘우세’를 점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 한나라당은 수원 장안과 강원 강릉, 경남 양산을, 민주당은 경기 안산 상록을과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을 각각 자체 판세분석을 통해 우세지역으로 꼽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은 ‘백중우세’, 경기 안산 상록을은 ‘경합’으로 각각 분류했고, 민주당은 수원 장안과 경남 양산을 ‘백중열세’, 강원강릉을 ‘열세’ 지역으로 구분했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이 안심할 수 있는 확실한 당선 가능 지역은 강원 강릉 한 곳 뿐인 셈이다.

    만일 ‘MB 정권 심판론’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경우, 다른 4곳은 승리를 장담 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정몽준 대표체제는 당내에서 봇물처럼 쏟아지는 인책론에 의해 중도하차할 수밖에 없는 딱한 처지에 이를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 우세 지역 3곳과 백중 우세지역 및 경합 지역인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과 경기 안산 상록을까지 5곳을 싹쓸이 할 경우, 정몽준 대표 체제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더구나 그 여세를 몰아 내년 지방선거까지 승리로 이끈다면, 그는 단숨에 탄탄한 당내 입지를 구축할 수도 있다.

    물론 그로 인해 내년 지방선거 직후 실시되는 7월 전당대회에서 그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것은 불 보듯 빤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박근혜 전 대표는 물론, 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 차기 대권을 노리는 한나라당 인사들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친이(親李) 안상수 의원이 일찌감치 정 대표를 향해 ‘견제구’를 날린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한나라당 내 친이 세력이 안고 있는 딜레마다.

    이명박 정권에 힘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번 재보선에서 대승을 거둬야 하지만, 그것이 결과적으로 정몽준 대표의 힘을 키우고, 친이 세력의 힘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친박 측은 천하태평이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이번 재보선 역시 당 지도부의 책임 하에 치러져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일체의 지원 유세를 하지 않기로 했다. 오직 국회 보건복지위 활동에 매진할 뿐이다.

    각 언론도 그의 국회 활동에 대해 “중진은 별다른 준비 없이 국감장에서 일반론을 이야기해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있다.

    어쩌면 박 전 대표는 또 한 번 자신을 정치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조기전대의 관건인 이번 재보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너무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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