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 재보선 관전평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09-10-29 11:4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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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10.28 재보궐선거 결과를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민주당 승리 한나라당 패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보다 극적이고 재미있는 평가들이 많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죽다 살아난 박희태, 그 덕분에 겨우 목숨을 연장하게 된 정몽준’이라는 평가와 ‘정세균 승(勝) 정몽준 패(敗)’라는 관전평이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한나라당은 선거 초반만 해도 최소 3석 이상 많으면 5석 모두 ‘싹쓸이’도 가능하다며 자신감에 차 있었다.

    장광근 사무총장이 “여당 징크스를 깨겠다”고 발언한 것도 그런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다.

    민주당은 중립지대인 수도권 2곳과 중부권 1곳 등 3곳 전 지역에서 완승을 거두었다.

    반면 한나라당은 자신의 텃밭인 강원권과 영남권을 지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한나라당 텃밭인 양산에서 거물급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민주당의 정치신인 송인배 후보를 만나 ‘죽다 살아났다’는 표현이 나올 만큼 개표막판까지 아슬아슬한 게임을 벌였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여기에서마저 한나라당 후보가 패했다면, 한나라당은 일대 혼란에 빠져 들고 말았을 것이다. 특히 정몽준 대표에 대한 인책론이 제기되고, 수면 하에 가라앉았던 조기전대론이 또 고개를 들었을 지도 모른다.

    이런 면에서 양산 선거는 박희태 전 대표만 살려 준 것이 아니라, 정몽준 대표까지 함께 구해 준 셈이 됐다.

    특히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게 하는 선거인 동시에 정몽준 대표의 ‘허수아비’ 실체를 확인하는 선거이기도 하다.

    실제 정몽준 대표는 이번 재보선에서 수원 장안에 가장 공을 많이 들였다. 그가 직접 지원유세를 가장 많이 한 곳도 수원 장안이고, 유세 말미를 장식한 곳도 이 지역이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였다. 한마디로 정몽준이라는 ‘이름’이나 그의 ‘얼굴’이 선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 된 셈이다.

    반면 정세균 대표가 가장 많은 지원 유세를 한 지역은 안산 상록을이다. 이 지역에서 막판까지 논의 되던 야권 후보단일화 협상이 깨졌음에도 불구, 민주당 후보가 대승을 거두었다.

    한나라당 정 대표와는 달리 정세균 대표의 ‘얼굴’이 선거에 도움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정세균 승(勝) 정몽준 패(敗)’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정몽준 대표로서는 이런 평가가 억울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번 한나라당 패배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몽준 대표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어디까지나 ‘반(反) MB 정서’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 대표 혼자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모조리 뒤집어쓰는 데 대해서는 불만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게 또한 정치다.

    어쨌거나 이번 선거 참패로 인해 정몽준 대표는 다소 찜찜하고 떨떠름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대표 취임 후 처음 치른 선거에서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은 데다 본인이 스스로 지극정성을 기울인 수원 장안에서 상당한 표 차이로 한나라당 후보가 졌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 지도부 인책론이나 조기전대론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한나라당 출마 예정자들은 불안해 질 수밖에 없다.

    특히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 출마자들은 더욱 불안하다.

    가뜩이나 ‘반(反) MB 정서’가 팽배해 있는 마당에, 이 같은 현상을 타개해 나갈 정몽준 대표 체제마저 시원치 않으니 어찌 걱정스럽지 않겠는가.

    실제 한나라당 소속 서울 구청장 출마 예정자들이나 경기도 시장.군수 출마 예정자들 가운데는 ‘이러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자리를 민주당 소속 한명숙 전 총리와 김진표 전 경제 부총리에게 내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한나라당 간판을 떼어내고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아예 민주당으로 말을 갈아타는 방안을 모색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이른바 ‘탈(脫) 한나라당’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에 대한 반성이 없다.

    이번 선거는 누가 뭐래도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경고’이자 ‘심판’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견제 때문’이라고 그 의미를 애써 축소시키려 들고 있다.

    ‘견제’라는 것은 잘 하고 있을 때 하는 것이다. 정부 여당이 모두 지금처럼 죽을 쓰는 상황에서 ‘견제’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나저나 한나라당을 이 같은 위기에서 구해줄 영웅 잔 다르크는 진정 없는 것일까?

    아니면 잔 다르크는 있는데, 샤를7세의 배신 때문에 그가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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