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세종시와 'MB신당'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09-11-11 14: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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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연일 세종시 문제가 정가의 핫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벌써 정부와 여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가세해 굳건한 ‘당정청 공조체제’를 국축했는가 하면, ‘연내에 마무리 하자’고 의기투합까지 한 상태다.

    실제 당정청은 11일 정운찬 국무총리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정정길 청와대 대통령실장 등 핵심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첫 고위당정회의를 열었다.

    이날 이들은 서해교전 발발, 신종플루 확산, 4대강 살리기 사업, 내년도 예산안 등 산적한 국정현안을 모두 팽개치고 세종시 문제를 주요 이슈로 삼아 은밀하게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이다.

    그리고는 가급적 연내에 수정안을 마무리 짓도록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이 자리에서 국무총리실은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 중 16명의 민간 위원 명단을 확정보고하기도 했다.

    이들 민관합동 위원회는 오는 16일 열리는 1차 회의를 갖고 공식 활동에 들어간다고 한다.

    한나라당에서도 이번 주 중에 정의화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특위를 구성할 예정이다.

    청와대의 뜻에 따라 정부와 당이 일사분란하게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며칠 전 주호영 장관에게서 만났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와서 국회에서 잠깐 봤다”며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계획을 설명하는 주 장관에게 세종시에 대한 입장을 이미 밝혔고 할 말도 다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게다가 이성헌 이정현 유정복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 역시 ‘똘똘’ 뭉쳐 수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
    명히 하고 있다.

    친박 의원들의 이 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정청이 공조체제까지 구축해가면서 그토록 수정안에 목을 매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혹시 ‘MB 신당’을 창당하기 위한 노림수가 아닐까?

    필자는 경선 당시 수도권 중심의 ‘MB 신당’ 창당 가능성을 수차에 걸쳐 거론한 바 있다.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박근혜 전 대표가 당내 야당의 역할을 할 경우, 즉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적 행동에 제동을 걸 경우에 이 대통령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것이고, 그래서 자신의 텃밭인 수도권 중심의 ‘MB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어쩌면 그 연장선에서 이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를 의도적으로 이슈화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친위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친이 소장파 의원들이 노골적으로 박 전 대표를 겨냥, 공세를 취하는 것도 그 일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 친이 김용태 의원은 지난 9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과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신뢰나 국민과의 약속을 얘기하지만 이는 국익 추구와 사익 추구의 갈등이자 충돌"이라며 박 전 대표를 ‘사익 추구자’로 몰고 갔다.

    심지어 그는 "2005년 당시 박 전 대표와 당은 지지층과 소속 의원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세종시에 찬성했다"며 "이는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표를 계산해서 한 일"이라고 깎아내렸다.

    즉 ‘표를 의식한 결정’이라는 것.

    같은 날 정두언 의원도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과거에 벌어진 일들은 솔직히 모두 표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닌가”라 “국가지도자라면 표 때문에 벌어진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어느 것이 국익과 지방이익에 맞는 일인지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사실상 박 전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의 이면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중론이다.

    더구나 이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접 '친이직계' 의원들을 만나 '세종시 수정론'을 피력하며 독려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뿐만 아니라 사실상 해체됐던 친이 '안국포럼' 소속 의원들도 지난 6일 회동을 가졌다. 물론 세종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한마디로 당정청이 모두 나서서 ‘원안+알파’를 고수하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전면전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맞다.

    사실 세종시 추진 당시 수도권 지역에서는 반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가 추락하는 자신의 지지율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수도권 민심을 잡는 결정적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서 수도권 민심이 자신에게 돌아서 주기만 한다면, 수도권 중심의 신당을 창당할 수도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는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세종시 이슈화는 수도권 중심의 ‘MB 신당’을 위한 전주곡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꼼수가 이번에도 먹혀들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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