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한, 4대강 ‘MB 돌격대’ 자청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09-11-25 14:12:47
    • 카카오톡 보내기
    편집국장 고하승

    한나라당이 4대강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돌격대를 자청하고 나섰다.

    실제 한나라당은 25일 `4대강 예산 심의 본격화를 통한 내년도 예산안의 정기국회 내 처리'라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특히 이날 한나라당은 4대강 담당 상임위인 국회 국토해양위를 단독 소집하는 등 강공모드로 전환했다.

    앞서 전날에는 ‘4대강 전위부대’격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 국민의 반대여론에 정면 대응키로 했다.

    이와 관련 공성진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4대강 사업 논란이 팽팽히 맞서는 만큼 4대강 TF가 적극 개입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즉 국민반대 여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이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4대강 TF가 이명박 정부의 돌격대 노릇을 하겠다는 뜻이다.

    지금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여론은 매섭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16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ARS방식으로 여론조사(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3.1%p)를 실시한 결과, 야당의 4대강 예산과 내년도 예산심의 연계 주장에 대해 '내년도 예산심의를 치밀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별 문제없다'는 찬성여론은 무려 56.6%에 달했다.

    반면 '정부예산안 통과를 막으려는 야당의 발목잡기로 문제가 있다'는 응답은 28.3%에 불과했다. '잘모르겠다'는 응답은 15.1%다.

    즉 TF 돌격대까지 만들어 가면서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려는 한나라당의 태도가 틀렸다는 뜻이다.

    정부의 4대강 사업 강행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컸다.

    '4대강 중 1개 강만 시범적으로 실시한 후 확대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단계적 시행론이 39.3%, '4대강 사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가 37.0%로 나타났다.

    반면에 정부가 고수하는 '4대강 동시 실시' 찬성여론은 17.1%에 그쳤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이 이명박 정부의 독선을 제어하기는커녕, 오히려 4대강 TF까지 만들어 가면서 ‘4대강 돌격대’를 자청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를 청계천 건설처럼 가볍게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동네 앞 개천격인 청계천의 건설과 한반도 남쪽의 젖줄인 4대강을 개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더구나 조급하게 진행된 청계천 건설이 시간을 두고 복원한 양재천에 비하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지금 판가름되고 있지 않는가.

    지금 다리 밑을 흐르는 양재천 주변은 갈대와 억새, 갯버들로 무성해 풀 냄새가 가득하다. 이름 모를 들풀들도 지천에 널려 있다.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가 떼 지어 먹이 사냥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팔뚝만한 잉어들이 상류로 올라가기 위해 힘겹게 물살을 가르는 모습과 이를 느긋하게 기다리는 왜가리와 백로의 모습은 이제 이곳의 일상적인 풍경이 된지 오래다.

    과천 방향 상류로 올라가면 물소리가 점점 커져 마치 깊은 산골에 온 것처럼 착각에 빠질 정도로 아늑함을 느끼게 된다.

    현재 양재천에는 2급수에서 사는 누치를 비롯해 버들매치 동사리 피라미 등 20여종의 어류와 150여종의 식물들이 터를 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두루미 청둥오리 같은 조류와 두꺼비와 너구리 등의 동물도 발견된다고 한다. 가끔은 너구리와 뱀도 눈에 띈다고 한다.

    양재천을 이렇게 멋들어진 모습으로 복원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가 지난 95년부터 2000년까지 1단계로 수질정화시설을 만들어 맑은 물이 흐르게 한 후, 친환경 공법으로 주변 식생을 조성하고, 자전거길, 생태학습장, 물놀이장 등 친수 공간을 조성하고, 천변 저습지조성을 통해 생태계 복원에 성공했다.

    아직도 작업이 끝난 것은 아니다. 실제 강남구는 내년 6월 완공 예정으로 이달 첨단수질정화시스템을 설치하는 작업을 시작해 현재 3급수인 양재천을 2급수 수준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어쩌면 앞으로 양재천에서 쉬리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저 맑은 물이 흐르도록 하는 데에만 5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그리고 14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해서 양재천 복원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는 것이다.

    반면 양재천을 모델로 했다는 청계천의 모습은 어떠한가.

    당장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이건 완전히 시멘트 덩어리다.

    단지 인공적으로 끌어온 맑은 물을 흘려 내려 보내는 것일 뿐, 자연, 생태, 들풀 이런 단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게 지금의 청계천이다. 두루미와 청둥오리, 너구리 대신 쥐떼들이 득시글거린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이명박 시장이 임기 내에 완공시키기 위해 지나치게 서두른 결과다.

    만일 4대강마저 자신의 임기 내 완공을 목표로 서두른다면, 그 결과가 어떨지는 상상만 해도 너무나 끔찍하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제동을 걸기는커녕, ‘MB 돌격대’를 자청해 대국민선전포고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정말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그대들은 이러고도 다음 총선에서 살아남기를 바라는가?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