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연합뉴스, 그대들도 언론인가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09-11-29 12: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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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지난 28일 종합포털 야후에 '대통령의 설득 -공감이 우세' 라는 제목의 기사가 떴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TV 생방송을 했고, 그에 대한 국민의 반응을 보도한 연합통신 기사다.

    당시 네티즌들은 ‘벌써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는가’ 하는 호기심으로 그 기사를 클릭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니다. 단순히 기자들이 행인들 가운데 일부를 선별해 인터뷰한 내용을 짜깁기한 기사에 불과했다.

    물론 기자들이 특별히 이 대통령의 대국민설득에 호응을 보인 행인들만 취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반대하는 행인들이 훨씬 더 많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기사가 데스크 손에서 일차 연합뉴스가 바라는 의도대로 가공됐을 것이고, 편집기자의 손을 거치는 동안 완벽한 가공이 이뤄져 전혀 반대의 기사가 만들어 졌을 것이다.

    즉 연합뉴스 시스템 자체가 진실을 왜곡하는 시스템으로 이뤄졌을 것이란 말이다.

    실제 연합뉴스 기사를 본 ‘장자방’이라는 네티즌은 “기자가 지나가는 행인 몇몇을 인터뷰 하여 취재해서, 찬성하는 시민들 위주로 편집을 해 버리면, ‘대통령의 설득- 공감이 우세’ 라는 가공품이 생산되는 것”이라며 “여론 조사가 나오기 전까지, 올라오는 찌라시 수준의 내용에는 귀 기울일 필요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아니나 다를까.

    연합뉴스 기자가 작성한 <李대통령 "내 진심 이해하는 계기됐으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나타난 네티즌들의 반응은 분노로 가득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생방송 `대통령과 대화'를 마친 28일 새벽 여의도 MBC 사옥에서 MBC 경영진, 수행한 청와대 참모, 연예인 패널 등과 1시간가량 `막걸리 뒤풀이'를 하는 자리에서 "진심을 갖고 최선을 다해 설명한다고는 했는데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다"면서 "국민들이 내 마음과 정책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회를 밝혔다는 보도다.

    그런데 그날 저녁 이 기사에 무려 3000개 가까운 댓글이 올랐고, 그 중 최소한 2500여개 이상은 이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글이었다.

    결국 자신들이 작성한 기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와 있는 셈이다.

    물론 지금은 그 댓글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없다.

    그 이유는 모르겠다.

    만일 이게 의도된 여론조작이라면, 연합뉴스는 언론으로서 이미 자격을 상실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지금 <시민일보> 자유게시판인 ‘민토방’에는 이 대통령의 대담에 대한 비판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포일동’이라는 필명의 네티즌은 29일 ‘닉슨과 MB’라는 제목의 글에서 “MB가 그것도 전국민을 향하여 세종시 원안은 표를 얻기 위하여 거짓을 공약했다는 것을 실토를 하고도 아직 대통령업무를 수행하는 이 마당에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숨죽이고 있다니 너무나 한심하고 부끄럽구나”라고 한탄했다.

    앞서 전날 ‘성난소’는 “어제(27일) 이명박이 세종시 무효화 선언과 4대강 삽질을 추진하기 위해 모든 방송매체를 장악한 쇼를 했다”고 비아냥거렸으며, ‘ak40’은 “그간 같은 배(한나라당 당원)를 탄 입장에서 각하의 횡포와 행패에 무던히도 참으면서 인내하고 기다렸지만 님의 폭정은 그 도를 넘어 웃음을 가장하여 비열하기 까지 합니다. 당장 한나라당을 떠나 십시요!”라고 한나라당 탈당을 촉구하기도 했다.

    ‘교룡의소’는 “국가 지도자가 소신과 신념이 아닌, 선거라는 자신의 정치목적을 위하여 다른 소리를 내었다는 당당한 변명과 설득 그리고 일방적 통고로 이어지는 오소독스(orthodox)는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거부감과 거리감만 키웠다”고 비난했고, ‘한천객주’는 “늑대가 나타났다~”는 제목의 글로 이 대통령의 대담이 거짓임을 노골적으로 꼬집었다.

    특히 ‘옵저버’는 “이명박 토론 패널 질문자의 정체, 국토해양부 전문위원인가? 아니면 실제로 자영업을 하는 분인가?”라며 빤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반딧불이’는 “못 볼 것을 보았다”며 “참으로 어이가 없다. 할 말을 잃었다. 세종시와 4대강에 대해서는 시민패널의 질문은 받지 않는다. 각본 없는 토론에 대한 기대에 ‘속았구나!’ 4대강에 대한 것이 끝났다는 아나운서의 말을 듣고 잠시 현실을 잃어버린 스스로를 질타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다”고 비아냥거렸다.

    물론 ‘승리자’ 등 극히 일부 네티즌이 이 대통령을 옹호하는 글을 남겼으나 찬성보다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게 민심이고, 이 대통령의 대담에 대한 솔직한 국민들의 생각이다.

    따라서 연합뉴스의 기사는 올바른 보도라 할 수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연합뉴스에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닐 것이다. 이른바 조중동 보도행태 역시 유사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식의 보도행태를 지속하다가는 훗날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은 언론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정권이 자신들의 안위를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현 정권이 가면 과연 얼마나 더 가겠는가.

    같은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여론왜곡을 일삼는 모든 언론인에 당부하거니와 부디 부끄러운 언론인으로 역사에 기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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