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MB의 지독한 열등감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09-12-03 16:4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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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리더의 열등감은 역사를 망친다.”

    이는 최근 온누리교회에서 개최된 리더십 세미나에서 어느 강사 한 말이다.

    그는 열등감의 증세로 '죄책감', '당혹감', '부끄러움',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비평에 대한 과민성', '남을 혹평하는 성향', '책임전가', '지나친 수다와 익살', '거만함', '비현실적 완벽주의 추구' 등을 제시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툭’하면 “나도 예전에~”라고 떠벌리는 것이라고 한다.

    현재 자신의 모습에 대한 열등감이 그런 식으로 나타난다는 것.

    흡사 이명박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가 그지없다.

    실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최근 염산테러 협박을 받은 것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나도 지난 대선 때 괴한이 권총을 들고 집까지 와서 협박을 한 적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거짓이다.

    친이(친 이명박)계 의원인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말한 ‘협박’이란, 사람이 직접 집에 찾아와서 권총으로 협박한 것이 아니라 전화상에서 총기탈취범이라고 하며 ‘탕탕탕(총소리)’ 소리를 낸 해프닝에 불과하다.

    강 의원이 이날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이 부분은)제가 알고 있는 내용”이라며 이같이 밝혔으니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결국 이 대통령의 ‘괴한이 직접 집으로 와서 협박했다’와 ‘경호원이 붙잡고 봤더니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고 그냥 돌려보냈다’는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증명됐다.

    물론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별거 아닐 수도 있다.

    그저 “나도 예전에~”라고 하는 버릇이 또 튀어 나온 것으로 치부하고 웃어넘길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은 ‘툭’하면 “내가 ~했었는데”라고 말해 구설수에 오른 적이 무수히 많다.

    지난 7월에는 동대문 재래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내가 노점상을 했었다”고 말하는가 하면, 지난 25일 이문동 한국외국어대 근처의 골목상가를 찾아갔을 때는 "4년 동안 재래시장에서 환경미화원을 했는데"라며 자신이 환경 미화원을 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오죽하면 당시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안 해 본 일이란 군인 빼고, 또 뭐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유행처럼 번졌을까.

    그런데 이번에도 예외 없이 “나도~”라고 나섰다가 측근에 의해 과장된 것임이 밝혀진 것이다.

    이게 단지 이명박 대통령의 나서기 좋아하는 성향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면 모르되, 현재 자신의 모습에 대한 지독한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정말 큰일이다.

    지도자의 열등감은 역사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가운데 무려 6명 이상이 그를 극도로 싫어하거나 아예 그에게 관심조차 갖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그의 핵심사업인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다. 고작 10명 중 3명 정도만 그의 뜻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건 일국의 대통령이라고 말할 수조차 없을 정도의 한심한 지지율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당혹스럽고, 부끄러워 어디론가 숨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런 모습이 ‘툭’하면 “나도 예전에는~”이라고 하는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게 만드는 요인인지도 모른다. 즉 현재의 열등감을 그런 말로 감추려 드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일반국민들이라면 평생 한두 개 있을까 말까하는 범죄전력을 열 개 이상이나 가지고 있는데 대한 열등감,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범국민적 지지를 받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열등감, 이런 것들이 이 대통령으로 하여금 “나도 예전에는~”이라는 말을 습관처럼 되뇌게 만드는 것이라면 정말 큰일이다.

    사실 국민들은 이 대통령이 예전에 무엇을 했든, 무슨 일이 있었든 별로 관심이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오늘이다.

    더구나 이 대통령에 대한 과거의 잘못은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것 아닌가.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렸든 BBK가 누구의 것이라거나, 도곡동 땅에 대해 검찰이 뭐라고 하든지 실제 주인이 누구라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다만 권력이 두려워 잠시 침묵하고 있을 뿐 아니겠는가. 언젠가는 어차피 터질 일이다.

    그러니 이 대통령께서는 부디 모든 열등감을 떨쳐내고, 현실을 바로 보는 안목을 가져 주기 바란다. 훗날 국민들로부터 조금이라도 동정을 받고 싶다면, 반드시 그렇게 하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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