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MB와 베를루스코니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09-12-15 11:3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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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지난 13일, 밀라노에서 열린 친 정부 집회에 참석했다가 한 남성의 공격을 받아 얼굴을 다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를 공격하는 장면을 담은 휴대폰 영상이 공개됐다.

    그는 조각상에 얼굴을 맞아 코뼈와 치아 2개가 부러지고 입술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공개된 영상에는 두려움에 떨며 차에 올라탄 그의 넋 나간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물에 빠진 생쥐처럼 초라하기 이를 데 없었다.

    대체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누구이고, 왜 국민들로부터 거센 퇴진 압력을 받고 있을까?

    궁금해 하던 터에 지난 16일 저녁 KBS가 이 사건을 상세히 보도했다.

    당시 뉴스를 듣던 필자는 깜짝 놀랐다. 불현듯 한 사람이 연상됐기 때문이다.

    아나운서가 전하는 내용은 대략 이런 것이었다.

    베를루스코니가 집권하기 이전에 이탈리아는 좌파가 집권하고 있었다. 그러나 좌파정권은 국민들로부터 ‘무능한 정권’으로 낙인 찍히고 말았다.

    이 때 건설회사 CEO 출신의 베를루스코니가 우파 정당의 후보로 등장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큰소리쳤고, 이탈리아 유권자들은 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결국 베를루스코니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총리에 당선됐다.

    그러나 이탈리아 경제는 ‘무능한 정권’이라고 낙인찍었던 좌파 정권 때 보다 더욱 악화되고 말았다. 실제 총리 재임 중 베를루스코니가 기업에 대한 감세와 규제완화 정책을 폈지만 경제 발전은커녕 재정악화만 초래했을 뿐이다.

    특히 그는 위증, 뇌물, 불법 정치자금 제공, 분식 회계, 공무원 매수, 세금 포탈, 횡령, 마피아 연루 의혹 등 온갖 의혹들을 꼬리표처럼 달고 살아온 인물이다.

    그가 국민들로부터 거센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이유 역시 뇌물수수와 범죄조직과의 결탁 의혹, 각종 탈법·탈세와 성매매 등의 추문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베를루스코니라는 이름을 빼고 들으면 꼭 누구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조금 더 나아가 보자.

    베를루스코니는 언론을 장악했다.

    실제 그가 언론을 장악한 후 이탈리아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인 300만 명의 청년들이 모여 실업대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음에도 이런 사실은 아예 보도조차 되지 않았었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시민들은 “방송업계 종사자들은 모두 실어증과 공포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검열하고 있다”고 한탄하는가하면, “TV가 한 사람 손에 놀아나고 있으므로 결국 그의 말이 곧 진실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나라의 미디어법이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

    최근 30년간 OECD 국가 가운데 건설회사 CEO 출신이 정권을 장악한 경우는 이탈리아와 우리나라뿐이다.

    그리고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려 드는 나라 역시 이탈리아와 미디어법을 고집하는 우리나라뿐이다.

    이제 유럽에서는 더 이상 이탈리아를 ‘민주국가’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베를루스코니의 독선적 국정운영 방식 때문이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떤가?

    국민의 절대적 반대에도 불구 4대강 사업을 강행하려드는 MB.

    이미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사항마저 뒤집어 세종시 원안을 백지화하려는 MB.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묘하게 교차되지 않는가?

    이러다 우리나라가 세계인들로부터 “이제 대한민국은 민주국가가 아니다”라고 규정 당하는 것이나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하지만 이탈리아 국민들의 분노가 결국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몰아낼 것이다.

    비록 언론의 보호를 받는 그를 중도에 몰아내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다음 선거 때 그를 지지하거나 그가 지목하는 후계자를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도 그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처럼 독선적인 국정운영스타일을 끝까지 고집한다면, 필경 그 결말은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닮은꼴이 되고 말 것이다.

    이탈리아 어느 유권자가 이런 말을 했다.

    “다수의 선택을 받아 당선됐다고 해서 모든 게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을 이명박 대통령이 마음 깊이 새겨들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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