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유익한 사람과 害가 되는 사람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0-01-03 1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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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경인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이웃과 사회에 해악(害惡)을 끼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가급적이면 유익(有益)한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을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유익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당연히 주변에서 그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해악을 끼치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제발 그 사람이 자신의 주변에서 사라져 주기를 바라는 백해무익한 존재일 것이다.

    한나라당 소속 서울지역의 한 친박(親朴,친 박근혜)계 인사가 지난 연말 필자에게 “6.2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필요로 하는 분은 힘을 쓸 수 없고, 정작 한나라당에 해악을 끼치는 분이 당을 쥐고 흔들고 있으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가 구체적으로 ‘누구’라고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친박계 인사임을 감안할 때 ‘필요로 하는 분’이 누군지, 또 ‘해악을 끼치는 분’이 누군지 감이 잡힌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각종 선거에서 ‘이명박’이라는 간판은 자취를 감추고 있는 반면, 너도나도 ‘박근혜’라는 간판을 앞 다퉈 내걸고 있다.

    이른바 ‘박근혜 마케팅’이라는 게 등장한 것이다.

    특히 지난 4.9 총선 당시 ‘박근혜 마케팅’은 극에 달했다.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지하는 성향의 친박연대를 중심으로 친박 무소속연대, 자유선진당 소속 후보들이 TV광고ㆍ선거 포스터ㆍ유세발언 등을 통해 박 전 대표와의 친밀도를 강조하는 소위 ‘박근혜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오죽하면 ‘박근혜 마케팅’을 놓고 한나라당과 친박연대가 대충돌 했겠는가.

    알다시피 당시 친박연대는 최근 TV광고에 박 전 대표를 데뷔시켰다. 한나라당 천막당사 모습을 시작으로 광고 내내 박 전 대표의 육성과 모습만 나온다. 선관위에 등록한 공당이 다른 당에 소속된 정치인을 모델로 총선광고를 만든 것 자체가 전무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친박 무소속 연대’로 출마한 김무성, 유기준 의원 등은 자신들의 선거 포스터에 ‘박근혜를 지키고’라는 문구를 동일하게 삽입했다.

    당시 친박연대의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홍사덕 의원은 대구 서구유세어서 “5년 후 박근혜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출마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금배지를 달았다.

    반면 이명박을 간판으로 내걸었던 이재오, 이방호, 정종복 등 친이 핵심들은 모두 전멸했다.

    그 이후 각종 재보궐선거에서도 ‘박근혜 마케팅’은 어김없이 위력을 발휘했다.

    그 때부터 각 후보들 사이에서는 ‘이명박 빼기 마케팅’전략과 함께 ‘박근혜 더하기 마케팅’을 주요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문제는 6.2 지방선거다.

    이 때 야당은 이명박 정권 중간 심판론을 들고 나와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치명타를 가하려 할 것이다.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는 ‘반(反)MB’ 정서를 십분 활용하는 전약인 셈이다.

    물론 한나라당은 후보들은 예외 없이 이명박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시도할 것이고, 어떻게든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모습을 보이려 할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대표가 아니다. 특히 현재 한나라당은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의 거수기 노릇이나 하고 있을 정도로 친이가 당권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한나라당 소속 후보들이 제아무리 기를 쓰고 ‘이명박 빼기 마케팅’을 벌인다고 해도, 그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유일한 방법은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후보들의 당선을 위해 자진 탈당을 결심하든가, 아니면 한나라당 의총에서 그의 출당을 결의하는 길뿐이다.

    당에서 ‘필요로 하는 분’을 모시자면, 버티고 있는 ‘백해무익한 분’이 그 자리에서 떠나주어야만 하는 것 아니겠는가.

    2010년, 한나라당의 명암(明暗)은 거기에 달렸다.

    당에서 ‘필요로 하는 분’이 전면에 나서느냐, 아니면 ‘당에 해악을 끼치는 분’이 그대로 당권을 쥐고 가느냐에 따라 한나라당 소속 6.2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운명이 결정난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끝으로 <시민일보> 애독자 여러분들은 모두 주변에서 ‘필요로 하는 분’이 되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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