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친이-친박, 밀어내기 점입가경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0-02-18 16: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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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한나라당은 사실상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가 된지 이미 오래다.

    특히 세종시 수정안 문제를 둘러싸고 친이계가 이명박 대통령의 특명을 받들어, ‘강제당론’으로 당론변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여야 대치 상황보다 더 심각한 친이-친박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들이 과연 한 솥밥을 먹는 같은 정당 사람들인지조차 의구심이 들 정도다.

    실제 친이계는 ‘절(수정안)이 싫으면 중(친박)이 절(한나라당)을 떠나야 한다’는 속내를 굳이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

    반면 친박계는 ‘어디서 무위도식하던 굴러온 돌(친이)이 풍찬노숙(천막당사)을 견뎌온 박힌 돌(친박)을 빼내려 하느냐’고 ‘나가려면 너희들이 나가라’는 식이다.

    친이계나 친박계 모두 겉으로는 ‘분당은 없다’고 말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이미 두 동강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누가 당을 떠나느냐 하는 문제만 남아 있다.

    다만 먼저 당을 떠나면 그야말로 ‘시베리아’ 벌판이기 때문에 서로 눈치를 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친이계는 박 전 대표를 내쫓는 방안으로 세종시 수정안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실제 친이계는 세종시 수정안 당론을 ‘강제당론’으로 만들기 위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그 배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대통령이 최근 한나라당 신임 당직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그들에게 수정안으로의 당론변경을 추진하라는 사실상의 특명을 내렸고, 이에 친이계인 그들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당론 변경을 하려면 한나라당 재적의원 2/3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만일 그게 어렵다고 판단되면 ‘새 당론채택’이라는 방식으로라도 이를 강행할 태세다.

    새 당론 채택 방식으로 추진할 경우,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만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즉 친박계 도움 없이 친이계 의원들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수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 당론으로 채택된다고 해도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확률은 사실상 전무하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선 법안심사소위 위원 11명 가운데 야당 의원 5명과 유정복·현기환 의원 등 한나라당 내 친박계 의원이 수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4명만 수정안에 찬성하고 나머지 7명이 모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본회의는커녕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특히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은 민주당 소속 박기춘 민주당 의원이 맡고 있어서 날치기도 할 수 없다.

    설사 소위를 통과했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해당 상임위원회인 국토해양위 소속 여야 의원 29명 중,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16명이 수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수정안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은 한나라당 친이계인 강길부·박상은·백성운·신영수·장광근·전여옥·정진섭·허천 의원 등 8명 뿐이다. 역시 어렵다.

    만에 하나 상임위를 통과했다고 해도 모든 야당이 반대하고 있으며, 친박계가 대부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 본회의 통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안 된다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친이계가 이처럼 무리하게 이를 강제당론으로 당론변경을 시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박근혜 전 대표에게 ‘당을 떠나라’는 압력이다.

    한나라당 중립 지대에 있는 이한구 의원이 친이계의 세종시 강제당론 채택 드라이브에 대해 "만일에 채택이 된다면 박근혜 전 대표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 한다"며 "굉장히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질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강제당론'에 따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해당행위'로 당에서는 이를 빌미로 최악의 경우 '제명'까지 할 수 있다.

    바로 이점을 노린 것이다. 수정안을 강제당론으로 해도 어차피 국회통과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박 전 대표를 당에서 밀어내는 무기로는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즉 껄끄러운 박근혜를 출당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세종시 문제를 꺼내들었다고 보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당에서 나갈 생각이 전혀 없다.

    한나라당 당원들도 “정권을 재창출하려면 박근혜 전 대표가 꼭 필요하다”며 “나가려면 굴러온 돌인 친이계가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친이-친박 갈등을 보고 있노라면, 이미 파국을 맞은 부부가 이혼하지 않고 한 지붕 아래 살면서 서로 상대가 집을 나가주기만 바라는 그런 모습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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