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식보다 미술투자가 좋다>-답답한 큐레이터와 더 답답한 화랑

    문화 / 김유진 / 2010-03-10 13: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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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수 (작가·미술칼럼니스트)
    (박정수-작가?미술칼럼니스트)

    답답한 큐레이터와 더 답답한 화랑

    인터넷 검색창에 ‘큐레이터’ ‘미술 행정’ ‘미술 관련 행정’ 등의 단어를 친 다음, 이들이 모여 있는 블러그 사이트에 들어가면 사이트 게시판에 큐레이터 못해먹겠다고 아우성들이다.

    보수가 낮고, 노동력 착취당한다고 성토가 대단하다.

    기획 전시 없이 대관만 한다고, 관장이 전횡을 한다고, 큐레이터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고, 청소만 시킨다고, 화가님들 커피 심부름하려고 공부한 것 아니라고.... 이 글만 보면 화랑은 전근대적인 행태를 벗어나지 못한 문제 공간처럼 보인다.

    미술을 좋아하는 분들 중에는 화랑을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없지 않다.

    큐레이터도 희망자가 많다. 그러나 화랑을 경영해 보고 싶거나 큐레이팅을 희망하는 분들은 현실을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미술시장은 형성된 지 겨우 30년 정도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것이다. 그

    러니 처음부터 많은 것을 바라는 화랑이나 큐레이터가 아니라 시장이 사장되는 것을 막을 줄 아는 화랑 또는 큐레이터가 되는 게 중요하다.

    큐레이터와 화랑은 입장이 좀 다르다. 40평 화랑을 운영한다면 보증금 3~4천만원에 월 300 ~ 450만원의 임대료가 들어간다.

    건물 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경우에도 이 정도의 경비는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1층이 아니라 2층이나 3층 혹은 중심거리에서 한 블럭 안쪽이 이 정도 가격이다. 임대료에 관리비, 운영비 포함하면 월 400만원이 들어간다.

    큐레이터 없이 직접 운영할 수도 있다. 1년 55주 중 대관은 25~30주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 인사동 대관 평균 수치이다. 여기에 직원의 급여가 한 명당 70만원에서 180만원까지 다양하다.

    큐레이터들에게 화랑주의 입장은 두 번째다. 자신의 입지를 먼저 생각한다.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바탕으로 전시를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전시만 하려 든다. 전시 비용이 얼마가 들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전시가 끝난 다음에는 비용 회수에도 둔감하다.

    화랑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개인 초대전이거나 그룹 기획전이거나 상관없이 1회 전시에 팸플릿 비용이 최소 200만원은 든다. 우편 발송비와 홍보비까지 합하면 최소 350만원. 행사 기간 동안에는 대관료를 받을 수 없으므로 그만큼 손실이 더해진다. 큐레이터 입장에서는 좋은 전시를 기획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화랑주 입장에서는 기획 전시 1회에 800만원 이상이 ‘깨진다’고 느낀다. 적자 운영이 1년 이상 지속되면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한다. 어떤 이유에서건 화랑이 없어진다는 것은 큐레이터와 화랑주 서로에게 손해다.


    화랑 운영의 손익 계산법

    인사동에 45평 정도의 전시 공간을 가진 어느 화랑을 들여다보자.

    보증금 2,800만원, 월세 260만원, 월 경상비 70만원, 직원 급여 150만원, 월평균 전시 경비 120만원, 기타 잡비 100만원. 보증금에 대한 이자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월 평균 700만원 이상 소요된다.

    여기에 화랑주가 가져가야 할 생활비를 포함하면 최소 월 1,000만원 수익이 있어야 한다. 순전히 작품 판매만으로 그만한 액수를 벌어들이려면 월 2,000만원어치 이상 작품을 판매해야 한다.

    그러나 젊은 작가의 작품만으로는 승산이 없다. 그러나 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래서 인지도와 흥행성이 안정적인 작품을 매매하면서 젊은 작가들을 위한 지원 전시를 병행한다.

    1억원하는 작품은 한 점만 팔아도 최소 1,000만원 정도의 마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화랑은 가끔 대관도 하는데, 1년 55주 중에서 10주 내외가 임대된다. 임대료는 주당 300만원이므로 1년에 3,000만원의 임대 수익이 있다. 월 평균 250만원이다. 월별 비용 1,000만원에서 250만원을 제하더라도 750만원의 경비가 필요하다, 인사동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형성하고 있으며, 화랑 운영 경력이 20년에 달하기 때문에 그나마 적자를 면하고 있다.

    그냥 앉아서 기다리면 되는 게 화랑이 아니다. 화랑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서비스 산업이다. 10명의 고정 고객이 있다고 치자. 그들이 한두 종 중에서 작품을 고르지 않는다. 그들은 수십 종 중에서 고르고 싶어 한다. 그러면 확보해 놓아야 할 작품수가 엄청나다. 작품 이미지 확보조차 용이하지 않다.

    급여를 제공하는 큐레이터에게 고객을 소개시켜 주기도 어렵다. 고정 고객 확보가 화랑의 생존 방식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큐레이터가 독립할 때 자기 고객으로 데려갈 가능성이 크다. 미술 작품 매매가 활발한 화랑의 경우에는 그래서 자식이나 친인척을 큐레이터로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건물주가 직접 화랑을 운영한다면 수익 구조는 달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인사동 대로변 1층 화랑의 경우에는 대다수 건물주가 직접 운영하는 형태다. 평균 대관율이 90% 이상이기 때문에 작품 판매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평균 대관료를 400만원 정도로 계산하면 월 1,600만원의 수익이 들어온다. 어떤 사업이 40평 정도의 공간에서 한 달에 1,600만원의 임대료를 받아낼 수 있는가. 목 좋은 곳에서 건물주가 화랑을 열면 임대만으로도 살아가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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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진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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