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작가?미술칼럼니스트)
이벤트를 즐기는 것이 곧 돈이다
쉽게 생각되는 기획전의 함정
“전시 기획서 샘플 하나만 주세요.”
“어떤 전시 하실려구?”
“국내 유명 작가 20명을 대상으로 테마전 하나 할려고 해요.”
“작가분들과는 연락이 되었나요?”
“아직요. 하지만 좋은 전시를 만들면 작가 선생님들께서 참석하지 않겠어요?”
어림도 없다. 예술가는 봉이 아니다. 화랑에서 기획전한다고 무조건 참석하지 않는다. 화가는 물건을 무한정 생산해내는 공장이 아니다. 마트에 상품 들여놓듯 화랑에 무조건 그림을 공급할 수는 없다. 거래처는 있는지, 작품 판매는 가능한지, 사회적 지명도에 누가 되지는 않는지, 참여하는 작가들은 괜찮은지 꼼꼼히 따져본다.
처음 생겨난 화랑에서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이벤트가 원로작가의 초대전이다. 거래가 활발한 작가보다는, 거래가 없는 작가, 그러면서 사회적 명성과 나이, 인지도가 있는 작가를 중심으로 선택해 전시를 개최한다. 잘 팔리는 작가들은 초대전을 해준다고 해도 별 반응이 없다. 아쉬운 게 없기 때문이다. 명성과 인지도만 왕성하고 작품 거래가 많지 않은 분들은 초대전에 잘 응해준다. 이러한 분들을 모시고 전시를 기획하면 나이가 더 낮은 후배들, 소위 잘나가는 작가들도 참여한다. 참가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선배에 대한 불경이 되기 때문이다.
“100만원짜리 균일가 전시를 한번 하는 게 어떨까요. 중견 이상 작가 100명의 작품 100점을 전시하면 거의 다 팔리지 않을까요?”
천만의 말씀이다. 100만원이라는 돈은 전문 콜렉터나 미술품에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관심 밖의 액수다. 유명 작가의 소품을 100만원에 살 수 있는 보통 사람들도 별로 없다. 미술품을 보는 안목이 뛰어나 눈에 안 차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집에 걸어두고 싶은데 그림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어떤 화랑에서 100만원 균일가 전시를 하여 150여 점이 판매된 적이 있다. 그것은 그 화랑의 인지도와 화랑주의 고객 관리가 주효했기 때문으로 보아야 한다.
질 좋은 전시가 가능한 이벤트
2006년 10월 S대학교에서 60만원 균일가전이 열려 미술계에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이 대학을 졸업한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출품되어 신청 후 추첨 판매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그렇다고 그 유명 화가들이 일반 화랑에 60만원 균일가에 출품하지는 않는다. 그 대학의 개교 60주년이기 때문에 60만원이라는 이벤트성 가격을 붙이는 게 가능했다. 그리고 전시 판매 수익금을 학교 동창회관 건립기금, 학교 발전기금으로 사용하겠다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에 출품한 것이다.
이처럼 질 좋은 전시는 이벤트에서 많이 나온다. 이벤트는 ‘사건’이라는 말도 되지만 ‘불특정 다수를 모아놓고 진행되는 행사’이다. 미술품을 구매할 수 있는 특정한 사람을 대상으로 어떤 행사를 기획한다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스포츠 종목이거나 음악 종목이거나 국제대회에서 1등을 하면 방송 언론에서는 반드시 이벤트를 거행한다. 이들 이벤트를 보통의 기획사에서 거행하면 말 그대로 망한다. 방송이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방송의 마력과 전파력을 활용한 것이다.
선수나 지휘자, 연주자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며 상품이다. 그 인물들만으로 이벤트가 가능하다. 반면 국제적 명성이 있는 행사에서 어떤 화가의 작품이 1등을 해도 미술로는 이벤트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작품 하나가 1등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 화가가 다른 작품을 가지고 이벤트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결론은 마찬가지다. 1등한 것은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쇼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팝아티스트로 알려진 어떤 여성은 광고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이 활발하다. 그렇지만 그것은 활동 영역에 제공되는 것이 미술품이 아니라, 본인 자체가 예술품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대중문화 이벤트처럼 행위 자체를 이벤트로 엮어낸다.
이벤트를 즐기는 것이 곧 돈이다
쉽게 생각되는 기획전의 함정
“전시 기획서 샘플 하나만 주세요.”
“어떤 전시 하실려구?”
“국내 유명 작가 20명을 대상으로 테마전 하나 할려고 해요.”
“작가분들과는 연락이 되었나요?”
“아직요. 하지만 좋은 전시를 만들면 작가 선생님들께서 참석하지 않겠어요?”
어림도 없다. 예술가는 봉이 아니다. 화랑에서 기획전한다고 무조건 참석하지 않는다. 화가는 물건을 무한정 생산해내는 공장이 아니다. 마트에 상품 들여놓듯 화랑에 무조건 그림을 공급할 수는 없다. 거래처는 있는지, 작품 판매는 가능한지, 사회적 지명도에 누가 되지는 않는지, 참여하는 작가들은 괜찮은지 꼼꼼히 따져본다.
처음 생겨난 화랑에서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이벤트가 원로작가의 초대전이다. 거래가 활발한 작가보다는, 거래가 없는 작가, 그러면서 사회적 명성과 나이, 인지도가 있는 작가를 중심으로 선택해 전시를 개최한다. 잘 팔리는 작가들은 초대전을 해준다고 해도 별 반응이 없다. 아쉬운 게 없기 때문이다. 명성과 인지도만 왕성하고 작품 거래가 많지 않은 분들은 초대전에 잘 응해준다. 이러한 분들을 모시고 전시를 기획하면 나이가 더 낮은 후배들, 소위 잘나가는 작가들도 참여한다. 참가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선배에 대한 불경이 되기 때문이다.
“100만원짜리 균일가 전시를 한번 하는 게 어떨까요. 중견 이상 작가 100명의 작품 100점을 전시하면 거의 다 팔리지 않을까요?”
천만의 말씀이다. 100만원이라는 돈은 전문 콜렉터나 미술품에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관심 밖의 액수다. 유명 작가의 소품을 100만원에 살 수 있는 보통 사람들도 별로 없다. 미술품을 보는 안목이 뛰어나 눈에 안 차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집에 걸어두고 싶은데 그림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어떤 화랑에서 100만원 균일가 전시를 하여 150여 점이 판매된 적이 있다. 그것은 그 화랑의 인지도와 화랑주의 고객 관리가 주효했기 때문으로 보아야 한다.
질 좋은 전시가 가능한 이벤트
2006년 10월 S대학교에서 60만원 균일가전이 열려 미술계에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이 대학을 졸업한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출품되어 신청 후 추첨 판매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그렇다고 그 유명 화가들이 일반 화랑에 60만원 균일가에 출품하지는 않는다. 그 대학의 개교 60주년이기 때문에 60만원이라는 이벤트성 가격을 붙이는 게 가능했다. 그리고 전시 판매 수익금을 학교 동창회관 건립기금, 학교 발전기금으로 사용하겠다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에 출품한 것이다.
이처럼 질 좋은 전시는 이벤트에서 많이 나온다. 이벤트는 ‘사건’이라는 말도 되지만 ‘불특정 다수를 모아놓고 진행되는 행사’이다. 미술품을 구매할 수 있는 특정한 사람을 대상으로 어떤 행사를 기획한다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스포츠 종목이거나 음악 종목이거나 국제대회에서 1등을 하면 방송 언론에서는 반드시 이벤트를 거행한다. 이들 이벤트를 보통의 기획사에서 거행하면 말 그대로 망한다. 방송이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방송의 마력과 전파력을 활용한 것이다.
선수나 지휘자, 연주자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이며 상품이다. 그 인물들만으로 이벤트가 가능하다. 반면 국제적 명성이 있는 행사에서 어떤 화가의 작품이 1등을 해도 미술로는 이벤트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작품 하나가 1등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 화가가 다른 작품을 가지고 이벤트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결론은 마찬가지다. 1등한 것은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쇼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팝아티스트로 알려진 어떤 여성은 광고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이 활발하다. 그렇지만 그것은 활동 영역에 제공되는 것이 미술품이 아니라, 본인 자체가 예술품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대중문화 이벤트처럼 행위 자체를 이벤트로 엮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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