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작가?미술칼럼니스트)
돈 될 만한 작품은 세상에 없다?
잘 짜여진 전시 이벤트는 모든 사람에게 이익을 준다. 그러므로 주최자나 관람자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획을 해야 한다. 시립미술관이나 예술의 전당 전시 관람료를 보면 5000원에서 1만2000원까지 아주 다양하다. 관람 후 후회가 되는 것도 있고 만족스러운 것도 있다. 미술책에서나 봄직한 명작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호기심으로 전시장을 가게 되면 감흥이 반감된다. 신기한 볼거리가 있으려니 하고 가도 흥미를 잃게 된다.
인사동이나 사간동, 청담동에 가면 입장료가 없다. 간혹 입장료를 받는 경우도 있는데, 작품 훼손이 조심스러울 경우, 일반 관객의 소란스러움을 피하고 싶은 경우, 전시 화가가 고집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없다.
미술 전시는 준비한 이들이 여러 여건과 조건을 생각하면서 소중히 만든 행사이기 때문에 진지한 관람이 필요하다. 전시 화집을 사는 것도 좋다. 화집에는 전시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관람자가 감흥을 느끼고 소중한 시간을 누렸다는 생각이 들면 그 느낌을 돈으로 바꿔 간직할 만하다. 기획자는 관람자가 많을수록 행복하고, 관람자는 전시를 이해할 때 행복하다. 그러므로 이런 질문 하지 말자.
“요즘 볼 만한 전시 있나요?”
모든 것은 보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모든 전시가 볼 만한 것 아닌가요?”
차라리 ‘살 만한 작품이 걸려 있는 전시장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대답이 편하다.
흥행의 시절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수익을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럴 때 미술품 사지 않으면 뭔가 소외당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 같다. 그림에 전혀 관심이 없던 친인척까지 나에게 연락을 해온다. ‘돈 될 만한 작품 있으면 소개해줘’라고. ‘그런 작품 있으면 제가 먼저 사겠어요’라고 대답하고 만다.
미술품을 사기 이전에 이벤트를 즐겨야 한다. 그것이 곧 돈이다.
가짜가 큰소리치는 세상
세계 어디에나 뒷시장은 있다. 가짜를 판매하는 시장도 있고, 진짜를 음성적으로 거래하는 시장도 있다.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뒤는 어떨까?
2007년 4월, 4명의 무명 화가와 중간 판매상이 1,000억이 넘는 미술품을 위조하였다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보도된 적이 있다. 도상봉, 변종하, 남관 등의 작고 작가와 천경자, 이만익과 같은 원로 작가들의 작품을 위조했다는 사건이었다. 이들이 위조한 작품 중에서 얼마만한 양이 시중에 유통되었을까. 따져 보면 많은 작품이 판매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위작을 만들어 유통시키자면 대단위로 움직여야 한다. 두세 점 유통시키다가 발각되느니 수백 점을 만들어 대량으로 움직여야만 수익이 형성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같이 협소한 미술시장에서 대량으로 유통시킬 수 없다. 시장 구조가 작기 때문에 반드시 그리고 금방 밝혀진다.
사채시장 역시 미술계의 뒷시장이다. 20년 전 사채시장의 큰손이 벌인 어음사기 사건이 있었을 당시 미술계에 떠돌아 알게 되었던 내용의 일부이다. 이건 뒷시장의 뒷얘기다. 당시 수천억의 어음과 수백억의 현금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골동품을 매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정확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20만원이면 될 백자를 그들에게 2,000만원에 판매하였다고도 한다. 판매한 사람은 골동시장의 판매상이었는데, 수천만원의 차액을 남기고서도 사기죄가 형성되지 않았다. 골동(여기서는 조선백자)에 대한 가격은 정확하지 않다. 소위 말하는 ‘주인만나기 나름’이다. 같은 골동이라 할지라도 출처와 형성 정도, 보관 상태에 따라 가격차가 현격하기 때문에 값싼 진품을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었던 듯하다.
가짜인지 진짜인지 모호한 경우도 있다. 얼마 전 아는 분이 작품 매매를 부탁하며 감정서와 미술품 사진을 가지고 왔다. 가격이 높아 인사동에서 오랜 활동을 하신 분께 보여드렸더니 허허 웃고 만다.
“선생, 이 그림은 4년 전에 이미 시장에 나왔다가 다시 들어간 거요. 감정서도 가짜로 알고 있거든. 작품을 매입한 본인만 진짜라고 믿고 있지. 한 번 나왔다가 들어간 미술품은 판매가 어려워. 혹 진품이라 할지라도 누가 사겠어. 한 번 의심 받은 미술품은 그 의심이 사라지지 않아. 조용히 돌려줘.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그 작품은 아마 전국을 순회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 한 번 왔다가 전국을 순회하고 다시 서울로 온 것이 4년 정도 걸린 것이었다. 판매하려는 사람은 진품으로 확신하면서 좋은 가격에 팔고 싶은데,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는 화랑 관계자는 진품인지 가품인지 모호할 때는 차라리 간섭을 하지 않는다. 진품일 경우에는 다행스럽겠지만 시간이 지나 진품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을 때는 신용과 고객을 함께 잃는다. 비싼 작품은 오랜 시간 동안 상호간의 신뢰가 쌓인 후에야 거래하는 것이 일종의 관행이다. 뒷시장이 시장 형성의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좋은 작품 싸게 파는 경우는 없다. 어쨌든 좋은 시장은 아니다.
돈 될 만한 작품은 세상에 없다?
잘 짜여진 전시 이벤트는 모든 사람에게 이익을 준다. 그러므로 주최자나 관람자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획을 해야 한다. 시립미술관이나 예술의 전당 전시 관람료를 보면 5000원에서 1만2000원까지 아주 다양하다. 관람 후 후회가 되는 것도 있고 만족스러운 것도 있다. 미술책에서나 봄직한 명작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호기심으로 전시장을 가게 되면 감흥이 반감된다. 신기한 볼거리가 있으려니 하고 가도 흥미를 잃게 된다.
인사동이나 사간동, 청담동에 가면 입장료가 없다. 간혹 입장료를 받는 경우도 있는데, 작품 훼손이 조심스러울 경우, 일반 관객의 소란스러움을 피하고 싶은 경우, 전시 화가가 고집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없다.
미술 전시는 준비한 이들이 여러 여건과 조건을 생각하면서 소중히 만든 행사이기 때문에 진지한 관람이 필요하다. 전시 화집을 사는 것도 좋다. 화집에는 전시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관람자가 감흥을 느끼고 소중한 시간을 누렸다는 생각이 들면 그 느낌을 돈으로 바꿔 간직할 만하다. 기획자는 관람자가 많을수록 행복하고, 관람자는 전시를 이해할 때 행복하다. 그러므로 이런 질문 하지 말자.
“요즘 볼 만한 전시 있나요?”
모든 것은 보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모든 전시가 볼 만한 것 아닌가요?”
차라리 ‘살 만한 작품이 걸려 있는 전시장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대답이 편하다.
흥행의 시절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수익을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럴 때 미술품 사지 않으면 뭔가 소외당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 같다. 그림에 전혀 관심이 없던 친인척까지 나에게 연락을 해온다. ‘돈 될 만한 작품 있으면 소개해줘’라고. ‘그런 작품 있으면 제가 먼저 사겠어요’라고 대답하고 만다.
미술품을 사기 이전에 이벤트를 즐겨야 한다. 그것이 곧 돈이다.
가짜가 큰소리치는 세상
세계 어디에나 뒷시장은 있다. 가짜를 판매하는 시장도 있고, 진짜를 음성적으로 거래하는 시장도 있다.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뒤는 어떨까?
2007년 4월, 4명의 무명 화가와 중간 판매상이 1,000억이 넘는 미술품을 위조하였다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보도된 적이 있다. 도상봉, 변종하, 남관 등의 작고 작가와 천경자, 이만익과 같은 원로 작가들의 작품을 위조했다는 사건이었다. 이들이 위조한 작품 중에서 얼마만한 양이 시중에 유통되었을까. 따져 보면 많은 작품이 판매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위작을 만들어 유통시키자면 대단위로 움직여야 한다. 두세 점 유통시키다가 발각되느니 수백 점을 만들어 대량으로 움직여야만 수익이 형성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같이 협소한 미술시장에서 대량으로 유통시킬 수 없다. 시장 구조가 작기 때문에 반드시 그리고 금방 밝혀진다.
사채시장 역시 미술계의 뒷시장이다. 20년 전 사채시장의 큰손이 벌인 어음사기 사건이 있었을 당시 미술계에 떠돌아 알게 되었던 내용의 일부이다. 이건 뒷시장의 뒷얘기다. 당시 수천억의 어음과 수백억의 현금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골동품을 매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정확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20만원이면 될 백자를 그들에게 2,000만원에 판매하였다고도 한다. 판매한 사람은 골동시장의 판매상이었는데, 수천만원의 차액을 남기고서도 사기죄가 형성되지 않았다. 골동(여기서는 조선백자)에 대한 가격은 정확하지 않다. 소위 말하는 ‘주인만나기 나름’이다. 같은 골동이라 할지라도 출처와 형성 정도, 보관 상태에 따라 가격차가 현격하기 때문에 값싼 진품을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었던 듯하다.
가짜인지 진짜인지 모호한 경우도 있다. 얼마 전 아는 분이 작품 매매를 부탁하며 감정서와 미술품 사진을 가지고 왔다. 가격이 높아 인사동에서 오랜 활동을 하신 분께 보여드렸더니 허허 웃고 만다.
“선생, 이 그림은 4년 전에 이미 시장에 나왔다가 다시 들어간 거요. 감정서도 가짜로 알고 있거든. 작품을 매입한 본인만 진짜라고 믿고 있지. 한 번 나왔다가 들어간 미술품은 판매가 어려워. 혹 진품이라 할지라도 누가 사겠어. 한 번 의심 받은 미술품은 그 의심이 사라지지 않아. 조용히 돌려줘.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그 작품은 아마 전국을 순회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 한 번 왔다가 전국을 순회하고 다시 서울로 온 것이 4년 정도 걸린 것이었다. 판매하려는 사람은 진품으로 확신하면서 좋은 가격에 팔고 싶은데,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는 화랑 관계자는 진품인지 가품인지 모호할 때는 차라리 간섭을 하지 않는다. 진품일 경우에는 다행스럽겠지만 시간이 지나 진품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을 때는 신용과 고객을 함께 잃는다. 비싼 작품은 오랜 시간 동안 상호간의 신뢰가 쌓인 후에야 거래하는 것이 일종의 관행이다. 뒷시장이 시장 형성의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좋은 작품 싸게 파는 경우는 없다. 어쨌든 좋은 시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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