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식보다 미술투자가 좋다>-화가와 구매자 울리는 비정상 거래들

    문화 / 김유진 / 2010-04-07 11: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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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수 (작가·미술칼럼니스트)
    (박정수-작가?미술칼럼니스트)

    “선생, 내가 아는 어떤 분이 박00 작품을 팔고 싶어 하셔.”

    미술시장이 대박인데 당신은 뭐하냐는 마나님 구박이 있던 차에 내 눈이 번쩍 뜨인다. 요즘 시국에 그 작품이라면 족히 30억은 넘는다. 정말 짭짤하다.

    “30호 작품인데 오래 전에 선물 받았다고 하시는데.... 가능할까?”

    “가능의 문제가 아니죠. 어디세요. 바로 갈께요.”

    “예전에 사업하셨던 분인데 다시 사업 시작하려고 그림을 내놓는다는군.”

    “진품이면 제가 25억 지릅니다. 에누리 없이 갑니다.”

    진품일 가능성은 0.1%도 안 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돈주머니 차고 계신 분에게 연락을 취하라고 인사동의 아는 분에게 연락을 해놓았다. 그런데....

    “죄송합니다. 거래가 어렵겠습니다.”

    돌아서 나오는데 새 사업을 위한 자금 무너지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진품인 줄 알고 10년 이상을 소장하고 있었단다. 이건 진위 문제를 들먹인 계제가 아니었다. 작가 사인부터 틀리고, 작품 자체가 다른 작가의 것이었다. 황당했다.

    진품과 가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미술품 뒷시장의 단면을 한번 들여다보자는 이야기다. 실제로 거래가 이루어졌다면 다음과 같은 시스템은 작동된다. 우선 출연진.

    ①작품 소장자 ②작품 소개자 ③딜러1 ④딜러2 ⑤전주(錢主)가 있다. 때때로 ②가 빠지는 경우도 많으나 소장자의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소장자가 미술품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에는 소장자 주변의 미술 전공자가 등장한다.

    거래가 이뤄질 때는 ①과 ②와 ③이 한자리에서 만나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③은 ④, ⑤를 ①, ②에게 절대로 소개시키지 않는다. 또한 ④는 ⑤를 절대로 ③에게 소개하지 않는다. 묘한 관계이지만 돈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술품 거래에는 양도세와 취득세가 없기 때문에 고액은 계좌를 통해 오간다. 전주가 딜러2에게 입금하면 딜러2가 바로 소장자에게 재입금한다. 이 단계까지는 마진이 없다. 서로 믿고 거래하기 때문이다.

    계좌 입금이 확인되면 미술품은 딜러1에게 넘어간다. 딜러1은 2와 함께 마진을 높여 제3의 구매자에게 작품을 판매한다. 여기서 생겨난 차익을 ③. ④. ⑤가 분배한다. ②는 ①에게서 구전을 받는다. 가끔씩은 ②와 ③이 작전을 짜기도 한다.

    또 다른 형식으로는 공동 구매다. 작품 매입 가격이 3억을 넘어갈 때 가끔씩 화랑들끼리 모여 자금을 모아 구매한다. 아트 펀드인 셈이다. 경우에 따라 모이기 때문에 펀드와 같은 정규 시스템은 아니다.

    가난한 작가들을 등치는 날치기식 수법도 있다. 어느 유명 작가가 무명일 때 겪었던 일.

    작업실로 누군가가 찾아왔다. 서울에서 화랑을 한다면서 작품을 매입하고 싶다고 한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자신을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황송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작품 20점만 주세요. 지금 작품 가격이 호당 10만원 정도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10호에서 30호 사이로 20점 고를께요.”

    그러면서 2,000만원 중 계약금 1,000만원을 건넸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서 2,000만원은 몹시 큰 금액이기 때문에 아무 조건 없이 받아들였다. 며칠 후 트럭 한 대가 오더니 10호짜리는 두세 점 고르고는 나머지는 모두 20호, 30호짜리로 다 가져가버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30호짜리 300만원 작품은 200만원에 거래되고, 20호짜리 200만원 작품은 15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화랑에서 전시해놓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음성적으로 팔았다.

    100만원 가격의 작품 10점이면 1,000만원이다. 중간상이 작가에게 10점을 600만원에 사가서 한 점 80만원에 판매한다. 구매자는 20만원 싸게 사고 중간상은 20만원 비싸게 파는 것이다. 중간상은 다량 판매하면서 이익을 남기고, 작가는 현금을 쥐게 된다. 어찌 보면 서로 이익일 수 있으나 미술품은 일반 상품과 다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예술가만 손해를 보게 된다. 미술품 판매가가 2중 구조를 지니게 되면 좋은 작품이라 할지라도 낮은 가격으로 책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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