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교수 “최초로 원작 허락한 연극”

    문화 / 차재호 / 2010-04-27 18: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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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어보지도 않고 비난… 인식 바뀌었으면 좋겠다”
    에세이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1989)는 마광수 교수(59·연세대 국문학·사진)의 인문철학이 잘 녹아있는 저작이다. 특히 성 관련 담론을 통해 사회의 경직된 엄숙주의의 양면성 등을 비판, 주목받았다. 지난달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됐다.

    마 교수는 26일 “21년 전에 출간된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를 지금 다시 읽어봐도 고개를 끄덕일 부분이 많다”며 “그 만큼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발전했을지는 몰라도 아직까지 문화독재로 인한 표현의 자유가 없다는 반증이기도 해 슬프다”고 밝혔다.

    마 교수는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를 내놓은 이후 작품들에서 노골적으로 성을 묘사하고 지나치게 쾌락주의를 강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즐거운 사라’(1991)가 외설소설이라는 이유로 2개월간 구속됐고, 교수에서 해직되기도 했다.

    1970년대부터 이미 연극에 관한 많은 글을 써온 마 교수는 “영화의 물량공세에 대항, 연극이 소자본으로 따라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누디즘”이라며 “똑같이 벗어도 영화와 달리 소수의 현장에서 벗는다는 것은 돈벌이가 아닌 일종의 문화 충격”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바라는 영화는 폭력이 아닌 에로티시즘이 녹아 있는 작품”이라면서 “우리나라는 성적인 것보다 오히려 폭력에 대한 검열이 관대해 참 유감스럽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왜 제2의 마광수가 없는지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왜 머리 다 빠진 내가 야한 소리를 하고 젊은 사람들은 경건한 소리만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부분이 결국 한국 문학을 저해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 교수는 “요즘 학계나 문단은 내게 감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는 우리나라 최초의 몸 담론서”라며 “요즘 대학에서 이데올로기를 가르치지 않고 몸 담론서 등을 중심으로 수업한다. 먼저 나왔다고 나를 욕하는 세태가 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마 교수는 “나는 현재 변태의 전설처럼 됐다”며 “난 실속 없이 유명하다. 페이머스가 아닌 노토리어스”라고도 했다. “제일 괴로운 것은 내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덮어놓은 채 비난만 하는 것이다.”

    마 교수는 “그 동안 내 작품의 제목과 비슷하게 무단 도용한 아류 작품이 많았다”며 “이번 작품은 내가 최초로 원작을 허락한 연극”이라고 밝혔다. “이 연극을 통해 나에 대한 인식과 연극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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