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릴 미’ 게이 코드 뮤지컬 절대 아니다”

    문화 / 차재호 / 2010-05-12 19: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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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석 연출 “동성간 키스·애무장면도 결국 사람에 대한 얘기”
    “‘쓰릴 미’는 게이 코드만 부각된 자극적인 작품이 절대 아닙니다.”

    뮤지컬 ‘쓰릴 미’의 이종석 연출은 11일 “무대 위에서 남성들끼리 키스를 하고 애무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며 “목적을 위해 치열하게 달려가는 남성들을 다룬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공연제작사 뮤지컬해븐의 박용호 대표는 “분명 관객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그러한 내용은 두 남자의 특별한 관계에서만 통용된다”며 “결국 그러한 관계들이 비극을 불러오는 파워 게임이었다는 것이 작품이 말하고 싶은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쓰릴 미’는 1924년 미국 시카고에서 니체의 초인론에 심취한 19세 법대 졸업생 네이슨 레오폴드와 리처드 로브의 14세 소년 살인사건이 바탕이다. 그러나 끔직한 실제 사건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두 남자의 관계를 통해 사랑과 인간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무대 위에 단 2명의 배우만 등장, 복잡한 인간 내면을 세밀하게 표현한다.

    시카고대 법대 졸업을 앞두고 하버드 로스쿨 입학 예정인 천재 ‘나’는 뮤지컬 ‘어쌔신’과 ‘헤드윅’ 등에 출연한 배우 최재웅을 비롯해 김재범, 최수형, 김하늘이 번갈아 연기한다. 타고난 외모와 말재주로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청년으로 니체의 초인론에 심취한 ‘그’는 2008년 ‘쓰릴 미’에 출연한 김무열과 최지호, 지창욱, 조강현이다.

    이들은 2명씩 짝을 이뤄 각각 무대에 오른다. 최재웅·김무열, 최수형·최지호, 김하늘·지창욱, 김재범·조강현이 팀이다.

    이 연출은 “최재웅·김무열은 작품을 이미 했던 배우라 본인들이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최수형·최지호는 굉장히 깨끗하고 건강하게 캐릭터를 표현한다”고 전했다. 김하늘·지창욱은 가장 젊은 배우들이라 표현하는 것이 솔직하며 김재범·조강현은 가장 자신이 생각했던 캐릭터를 표현한다고 차이를 뒀다,
    이 연출은 “이번 공연을 맡기 전까지 배우가 다르더라도 똑같은 캐릭터를 맡으면 같은 동선 같은 디테일을 원했다”며 “모든 공연의 완성도와 수준은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정형성을 요구하고 강조했을 때 작품이 온전하지 못할 것이라 여겨 배우들의 특성에 맞게 지도했다”고 알렸다.

    짝을 이뤄 무대에 오르는 팀이 많은 만큼 공연은 6개월 동안 진행된다. 이 연출은 “장기 공연을 하다 보면 연기가 너무 몸에 익어 긴장감이 없어질 수 있다”며 “아직 프로듀서, 배우들과 합의된 상태는 아니지만 짝을 바꿔가며 배우들을 흔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귀띔했다.

    ‘쓰릴 미’는 스티븐 돌기노프 원작으로 2003년 초연됐다. 국내에는 2007년 첫선을 보였다. 동성애, 유괴, 살인 등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밀도 있는 극본과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호평을 받는 작품이다. 1대의 피아노를 끊임없이 연주하며 극적인 요소를 보탠다.

    이번 공연은 무대를 재배치, 객석과 거리를 좁히고 눈높이를 맞췄다. 14일부터 11월14일까지 서울 신촌 더스테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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