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이란 전 무득점 행진에 종지부... 승리 못했어도 의미있는 결과

    스포츠 / 나혜란 기자 / 2019-06-1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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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의조가 이란 전 무득점의 늪을 빠져나오게 만들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A매치 평가전에서 1-1로 비겼다. 후반 12분 황의조가 선제골을 터뜨렸으나 4분 뒤 문전 혼전 상황에서 김영권의 자책골이 나오면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비록 승리는 없었지만 6만213명이 찾은 상암벌에서 뜨거운 관중들의 응원에 힘입어 지난 8년의 무득점 징크스를 격파했다.

    이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21위다. 한국(37위)을 앞서는 몇 안 되는 나라다. 이날 경기 전까지 양 팀의 역대전적에서도 한국은 30경기 9승8무13패로 뒤졌다. 최근 5경기로만 좁혀보면 1무4패로 연속 무승이다.

    골이 터지질 않으니 승리가 따라오질 않았다. 최근 득점은 2011년에 나왔다. 1월22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윤빛가람이 기록한 골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8년간 무득점 경기를 이어왔다. 정규시간 90분 안에 이란을 이긴 건 200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벤투 감독은 지난 7일 호주와의 평가전 선발 명단과 비교해 6명에 변화를 줬다. 황의조, 나상호, 백승호, 이용, 홍철, 조현우가 새로 이름을 올렸다. 포메이션도 3-5-2에서 익숙한 4-1-3-2로 바꿨다. 손흥민과 황의조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에이스’ 손흥민의 짝으로 황의조를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팀 내 최다골(6골)을 달리며 벤투호를 이끄는 공격 자원이었다. 호주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을 정도로 최근 페이스도 좋았다.

    최근 이란과는 서로 끈끈한 경기를 펼쳤다. 한 골 이상 나질 않았다. 이날은 달랐다. 벤투 감독부터 공격을 주문하자 이란도 맞받아쳤다. 양 팀은 전반전부터 활발히 서로의 골문을 두드렸다.

    45분 동안 기록한 슛만 합쳐 17개나 됐다. 한국은 이란의 빠른 역습에 수비라인이 흔들리며 기회를 내줬다. 반면 이란의 문전에서 결정적인 장면도 종종 연출했다.

    전반 14분 손흥민의 코너킥에 김영권이 날카로운 헤더가 이어졌고 전반 22분 황인범이 오른쪽에서 찔러준 패스를 황의조가 왼발로 살짝 띄우며 위협했다. 전반 40분엔 비어있는 뒷공간에서 손흥민이 마음 놓고 왼발슛도 해봤으나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가장 아쉬운 장면은 전반 42분에 나왔다. 오른쪽에서 이용이 올린 크로스를 나상호가 칩샷으로 연결했지만 골대에 맞고 골라인 바로 앞으로 떨어졌다.

    골가뭄은 거기까지였다. 단비를 내린 주인공은 황의조였다. 후반 12분 상대 진영을 빠르게 뚫고 들어간 황의조는 이란 수비수들이 겹친 틈을 파고들어 1대1 기회를 잡았다.

    각을 좁히며 들어오는 상대 골키퍼를 피해 침착하게 오른발을 갖다댔다. 결국 이란의 골망을 흔들며 A매치 8호골을 완성했다. 그러나 리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후반 16분 상대의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김영권의 자책골이 나왔다. 한국은 황희찬, 이승우, 주세종을 투입하며 끊임 없이 새로운 공격 루트를 찾았으나 추가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성과는 분명하다. 이번 만큼은 태극전사들이 8년간 굳게 닫혔던 이란의 골문을 열어젖혔다. 내용도 괜찮았다. 백승호라는 새 미드필드 자원도 발굴했다.

    이란은 지난 8년간 팀을 이끌었던 포르투갈 출신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으며 후임으로 벨기에 출신의 마르크 빌모츠 감독이 사령탑에 올랐다. 빌모츠 감독은 지난 7일 시리아와의 평가전에서 5-0 대승을 거두면서 기분 좋은 데뷔전을 치른 상태였다.

    이란과의 맞대결은 처음이었던 벤투 감독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앞두고 펼친 자존심 싸움에서 승리 만큼은 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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