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MB, 누구와 ‘짝짓기’ 할까?

    고하승 칼럼 / 고하승 / 2010-07-08 17: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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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 하 승

    국민들이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뜨거운 민심의 맛을 보여 주었지만, 한나라당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분노한 민심은 “어디 두고 보자”며 한나라당을 향해 단단히 벼르고 있다.

    7.28 재보궐선거는 물론 19대 총선에서 반드시 본때를 보여 주겠다는 게 지금의 민심이다.

    대체 민심은 왜 이렇게 화가 난 것일까?

    지방선거에서 중책을 맡아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할 정두언-남경필 같은 사람들이 뻔뻔하게 대표를 하겠다고 경선에 얼굴을 들이민 것만 해도 밉상인데, 안상수-홍준표 같은 사람들은 ‘당청 일치’를 강조하고 있고, 특히 나경원 같은 사람은 ‘이명박 오더’를 받고 출마했다는 황당한 소문까지 들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영포회 사건이 터졌을 때 한나라당 지도부는 "'영포 게이트'가 아니라 '이인규 사건'에 불과하다"며 이를 감싸고도는 모습을 보였었다.

    과연 지도부가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 정당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한나라당이 살길은 청와대와 분명하게 선긋기를 하는 것뿐이다.

    차제에 당·청 관계를 완전히 새롭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어차피 대통령 임기제에서 레임덕은 필연적이다.

    그렇다면 굳이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을 끌어안고 한나라당이 동반 몰살당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즉 지난 2007년 2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결별했던 것처럼, 서로 갈라서는 게 좋을 것이란 말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범여권의 신당추진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며 탈당을 선언했었다.

    노 전 대통령의 임기 종료 1년을 남긴 시점이었다.

    노 전 대통령만 탈당한 것이 아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종료 10개월 전인 2002년 5월에,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종료 4개월 전인 1997년 11월에,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임기 종료 6개월 전인 1992년 9월에 각각 탈당했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 한나라당을 사랑한다면, 동반 몰락의 길을 선택하기 보다는 당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탈당하는 충정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중립 성향의 권영세 의원이 지난달 말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부결을 하루 앞두고 "보수 전체의 공멸을 막기 위해 대통령의 탈당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밝히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탈당은커녕, 친이 당권주자인 안상수-홍준표 후보가 ‘당청일치’를 합창하는 데서 나타나 듯 오히려 당을 장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같다.

    그가 당을 장악하려는 의도는 빤하다.

    차기 대통령 후보를 박근혜가 아닌 다른 사람을 내세우려는 데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의 ‘짝짓기’ 대상은 누구일까?

    당 내부에서는 김문수 경기지사가 유력한 대상이다.

    7.28 재보선에서 이재오 후보가 승리해 여의도로 돌아올 경우, 그가 총대를 메고 김문수 지사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보수대연합’을 명분으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와 짝짓기를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청와대 및 친이계와 이 대표 사이에는 상당한 교감이 오고 갔을지도 모른다.

    이 대표가 보수대연합을 언급하자 정두언 의원 등 한나라당 친이 직계 의원들이 ‘보수대연합’을 합창한 것을 보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것마저 여의치 않을 경우,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짝짓기 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 손 전 대표가 민주당 당권을 장악하거나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설 경우, 이명박 대통령과 손 전 대표가 ‘짝짓기’ 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파다하게 퍼져 있다. 물론 실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MB-김문수 짝짓기’ ‘MB-이회창 짝짓기’ ‘MB- 손학규 짝짓기’와 같은 시나리오가 떠돌고 있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가장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MB-박근혜 짝짓기’ 시나리오는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

    어쩌면 박 전 대표에게는 그게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공연히 이 대통령과 함께 하다 동반몰락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MB의 놀부 심보로 인해 우리나라가 정작 필요로 하는 정치지도자가 상처를 입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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