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연기자로서 더 행복해지고 싶어요”

    문화 / 차재호 / 2010-09-12 11: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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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백기동안 연기수업… 영화 ‘그랑프리’서 안정감 얻어”
    연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 무진 노력했다. 엉덩이에 멍이 들 지경으로 승마를 연습했다. 오랜 기간 연기 과외도 받았다.

    배우 김태희(30)의 첫 느낌은 미녀보다는 연기자가 먼저였다. 연기를 향한 열정과 소망을 매우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사람들이 ‘김태희가 무슨 고민이 있겠어? 항상 즐거운 일만 있겠지?’라고 하면 ‘그래, 내가 정말 많은 것을 가졌구나’하고 행복해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고민거리는 계속 생겨나고, 상처 받을 일들도 너무 많아요.”
    김태희는 완벽한 외모에 비해 연기력이 떨어진다는 꼬리표를 항상 달고 다녔다. 영화 ‘중천’(2006)과 ‘싸움’(2007) 등에서 드러난 그녀의 연기는 설익은, 먹기에 떫은 과일과도 같았다.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다보니 안 좋은 얘기가 많이 들렸어요”라면서도 “하나하나 신경쓰면 살 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이긴 해요. 이런 기분을 좋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고, 이를 위해서는 또 시간이 많이 걸리죠”라며 스스로를 다스렸다.

    ‘싸움’ 이후 3년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김태희는 이전보다 한결 노련해진 연기로 관객을 맞이한다. 새 영화 ‘그랑프리’를 관객들이 어떻게 평가할는지 걱정스럽지만 표정은 밝다.

    “‘싸움’을 끝내고 공백기가 있었을 때 장기적으로 연기 레슨을 받았어요. 또 (드라마) ‘아이리스’를 하면서는 양윤호 감독님이 판토마임 같은 연기과제도 내줘 검사를 받은 적도 있고, 이병헌씨 등 상대배우들한테서 현장에서 배우는 것도 참 많았고요.”

    이번 ‘그랑프리’에서는 양동근(31)을 상대하며 신뢰를 깨달았다. 양동근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의심 아닌 의심을 했다. “잘 어울릴까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하지만 동근 오빠는 연기를 잘하고 자신만의 4차원 세계가 있잖아요. 이런 것이 매력적이고 호기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남자죠. 그게 (극중 배역) 주희와 마음으로 통하는 것이 된 것 같아요.”

    경마 경기 도중 사고로 자신의 말을 잃고 좌절에 빠진 김태희가 기수를 그만두고 제주도로 떠난 여행에서 양동근을 만나 심기일전, 그랑프리 경마대회에 도전한다는 스토리다. 두 남녀는 안 어울릴 듯 어울린다.

    김태희는 주희와 ‘우석’ 양동근의 캐릭터가 서로 너무 다르다보니 오히려 조화를 이룰 수 있었다는 판단이다. “깊은 시름에 빠져있는 주희를 조금이라도 웃게 만들어줄 수 있는 ‘돌아이’ 같은 행동을 하지 않으면 관심조차 안 갔을 것 같아요. 마음이 열린 게 그런 특이함 때문인 것 같고, 그게 조화로웠던 거죠.”

    김태희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주희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지도 않았고, 끌리지도 않았다. 또 말에 떨어진 적이 있어 말에 대한 공포도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과 아이리스를 같이하면서 서로 신뢰가 쌓였고, 한 번 더 하자고 했을 때 감사했죠. 공포감 같은 것이 있다고 했는데 감독님이 믿고 따라오라고 적극적으로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길게 고민않고 승낙했지요.”

    물론, 뭔가 한번 보여줘야겠다는 욕심도 있었다. 스크린 상으로 보일 정도다. 어색한 대화와 행동이 스치듯 지나간다. 그러나 김태희는 솔직하다.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 제가 가진 80~90%를 보이고 싶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50~60%밖에 못 보여준 것 같아 너무 아쉬워요. 그래서 시사회가 끝나고 표정이 많이 굳어졌었죠.”

    목표가 커야 실적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김태희는 계단을 하나씩 밟아가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대를 졸업한 수재이기도 한 김태희는 “요즘에는 공부보다 조금씩 연기로 인해 더 행복해질 수 있겠구나 하는 가능성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라면서 “지금이 예전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라는 만족감을 웃음에 담아 흘렸다.

    “아직 양동근이라는 배우가 자연스럽게 선보이는 자연스러움을 보여줄 단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안정감과 자연스러움이라는 부분에서 하나를 얻은 것이 아닌가 해요. 진짜로 새로운 모습과 전에 없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다음 번에는 그런 모습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해요.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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