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사회의 어두운단면 잘 그려내

    문화 / 차재호 / 2010-11-28 17: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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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우·황수정·박성웅 주연
    어린 아들은 아빠가 가장 힘세고 똑똑하고 멋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빠인 증권사 직원 황우진(김태우)은 힘 없는 정리해고 1순위 과장이다.

    회사에서는 상사에 치이고, 시도 때도 없이 사채 독촉에 시달리며, 아버지는 보조기구로 연명하는 신세다. 우진은 악순환을 감당하기 벅차다. 착하고 헌신적이던 아내(황수정)마저 지긋지긋한 생활을 견디지 못하면서 불화는 점점 깊어진다.

    계속되는 불행으로 숨통이 막힐 것만 같지만 오랜만에 찾아 온 어릴 적 슈퍼맨 같은 친구 정훈(박성웅)은 그에게 웃음을 찾게하고 버팀목이 된다. 우진이 술김에 ‘나 그 자식 죽이고 싶어’라고 정훈에게 한 말은 다음날 현실이 됐다. 그를 괴롭히던 사채업자도 죽고 만다.

    자신을 억누르던 존재들의 사망 사건에 우진은 공포와 함께 정훈을 의심한다.

    ‘여의도’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시종 적나라하게 전한다. 힘있는 자들 앞에 엎드린 채 살아남기 위해 뭐든 해야 하고, 경쟁에서 지면 퇴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인간이 점차 고립돼가고 있는 존재임도 인식시킨다.

    주인공 황우진은 고통받는 현대인을 적절하게 대변한다. 중압감과 스트레스는 가장의 어깨를 짓누르고 억눌림의 고통에서 그가 혼돈에 빠지는 상황은 사실적이어서 가슴에 와닿는다.

    김태우가 연기 잘하는 배우였음도 다시 깨닫게 된다. 현실에 절망한 고개숙인 가장의 모습은 안타까움 그 자체다.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산소통 공기를 차단한 뒤 떨구는 눈물, 불안하기만한 가정생활의 두려움,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혼란스러워하는 모습 등이 정상과 비정상 사이를 오간다.

    황수정은 아이를 지키기 위한 강인한 엄마의 모습을 보인다. 한편으로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 현실도 가슴을 두드린다. 빚을 갚으려고 매춘에 나선 아내,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이 말없이 여의도 공원에 앉아있는 장면 또한 슬픔과 쓸쓸함, 현대사회의 비극을 그대로 드러낸다.

    억눌려있던 황우진이 선택한, 아니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결말은 비극 또는 희극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선택이 사회가 만들어놓은 울타리 안의 것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게 한다. 또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어릴 적 친구 정훈이라는 존재가 인간의 고독함을 증폭시킨다. 특히, 친구라는 존재의 진실은 고독함과 외로움을 더욱 여실히 드러내 쓸쓸함을 더한다. ‘여의도’가 원래 쓸모없는 벌판으로 사회와 동떨어진 곳이었다는 기억도 새삼스럽다.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충분히 고개를 끄덕이며 볼 영화다. 매우 중요한 결정적 ‘복선’이 비현실이라는 사실을 특기한다. 12월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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