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도 지킬앤하이드 연습”

    문화 / 차재호 / 2010-12-05 17: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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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내년 3월까지 공연
    조승우, 이중적 캐릭터 연기 정확히 선봬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이 순간. 나만의 꿈이… 나만의 소원… 이뤄질지 몰라. 여기 바로 오늘~”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1막 막바지, 드디어 ‘조 지킬’ 조승우(30·사진)가 ‘지금 이 순간’을 부르기 시작하자 객석은 숨을 죽였다.

    노랫말은 극중 지킬 박사의 꿈을 지칭했지만 조승우의 소원을 가리키기도 했다. 지킬은 선과 악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랐고 조승우는 이 작품에 다시 출연하기를 원했다. 팬들 역시 조승우가 전역 후 컴백작으로 ‘지킬 앤 하이드’를 택하자 환호했다.

    그 만큼 ‘지킬앤하이드’의 조승우 무대는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이다. 더구나 회당 1800만원씩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연기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계산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승우의 연기 자체는 전략적이기보다 본능적이다. 무엇을 잰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장면마다 분석의 대상을 비껴가는 감정이 가득 찬 연기를 선보인다. 값으로 매기기 힘들다.

    인물 표현력이 정형화돼 있지 않으면서도 그 캐릭터의 색깔을 벗어나지 않는다. 예전에는 그런 강점이 위태로운 면이 있었다. 조승우라는 사람 자체의 이미지가 유약했다.

    그러나 바로 그 점 덕분에 급변하는 감정선이 많은 드라마적인 요소가 도드라진 작품인 ‘지킬앤하이드’에 제대로 가닿았다. 조승우는 하나이면서도 2중적인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그 누구보다 정확하게 표현해내기에 이르렀다.

    군복무를 거친 조승우의 연기는 정갈해졌다는 느낌이다. 캐릭터가 겹치면서 생길 수 있는 지저분한 감정 남용과 동작 과잉이 깔끔해졌다. 군에 있는 동안에도 ‘지킬앤하이드’를 위해 여러 준비를 했다는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조승우는 공연 전 “감정을 노래로 옮기는 것을 잘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자신은 없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자신이 없는 부분은 기술을 바탕으로 감정을 실어내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군대에서도 시간 있을 때마다 기술적인 연습을 했다”고 했는데 그 성과가 이번 무대를 통해서 드러난 것이다.

    특히, 극의 하이라이트인 ‘대결’을 부르는 장면에서 그러한 점이 도드라졌다. 오른쪽 얼굴은 지킬, 왼쪽 얼굴은 하이드로 꾸미고 몸을 좌우로 돌려가며 열창할 때 지킬은 지킬이면서 하이드였고 하이드는 하이드이면서 지킬이었다. 지킬과 하이드 각각의 모습과 두 성격이 교묘하게 엉키는 순간순간을 사진처럼 포착하고 그림처럼 잡아낸다.

    이 부분은 지킬의 불안함과 하이드의 비열함을 1~2초 간격으로 번갈아 가며 드러내야하는 감정선이 주를 이룬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목소리의 톤 등을 표현하는 기술이다. 조승우의 이번 연기는 그럼 점을 보완하려 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공연 전반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조승우 외에 조정은(31), 김선영(36) 등 주연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는 일품이다. 앙상블이 뮤지컬의 최대 관건인데 20여명의 출연진 수준은 꽤 높았다. 순식간에 전환되는 무대 장치도 돋보였다. 공연장의 팬들은 하나같이 환호하고 박수갈채를 보냈다. 공연 후에는 대다수의 관객이 기립했다. 다른 공연보다 좌석별로 티켓값이 1만~2만원 비싸도 만족스러워 했다. 조승우가 ‘조 지킬’로 불리는 이유다.

    지킬앤하이드는 1886년 로버트 스티븐슨이 발표한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를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고집스럽게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이는 지킬과 그런 신념을 저지하는 위선자들을 처단하는 하이드를 통해 인간의 2중성을 이야기한다.

    2011년 3월31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시어터에서 볼 수 있다.
    티켓 가격은 5만~13만원.
    문의 (오디뮤지컬컴퍼니 1588-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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