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원집정부제를 반대하는가

    고하승 칼럼 / 관리자 / 2011-01-06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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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고하승
    그동안 분권형 대통령제, 즉 이원집정부제를 반대하는 칼럼을 지속적으로 써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남북대치상황에서 대통령의 권한, 즉 행정부 수장의 권한을 외치(外治)와 내치(內治)로 나누어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은 비효율적일뿐만 아니라, 특히 전쟁발발 등 비상시국에 대처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행법상 우리나라는 엄연히 3권이 분립돼 있어서, 이를 제대로 지키기만 한다면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올 수 없게 돼 있다.

    그런데 최근 4대강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소송과 관련해 재판부의 판결에서 나타났듯이 사법부가 스스로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판결을 내리는 게 문제고, 특히 입법부인 국회의원들이 새해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한 것처럼 ‘MB 거수기’노릇을 하는 게 문제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친이계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이구동성으로 대통령제 폐해를 운운하면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의사를 밝히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실제 친이계는 분권형 개헌에 사활을 걸고 벌떼처럼 달려들고 있다.

    안상수 대표는 이미 지난 3일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개헌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는 5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달 중순에서 말 사이에 의총을 열어 (개헌을)논의하겠다”며 “구체적 내용과 날짜는 원내대표가 결정하라”고 ‘개헌의총’ 강행의사를 밝혔다.

    이에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달 말 의총을 소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달 말에 의원총회를 열고 개헌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뜻이다.

    이들이 추진하는 개헌 방향은 분권형 대통령제, 즉 국민이 선출하는 대통령은 국방과 외교만 담당하는 ‘허수아비’로 전락시키고, 국회의원인 자신들이 지명하는 총리가 사실상의 실권을 갖게 하는 이원집정부제다.

    실제 `정권 2인자’인 이재오 특임장관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가 연초부터 입을 맞춘 듯 분권형 개헌에 대한 입장을 잇따라 밝힌 것이 개헌론 재점화의 기폭제가 됐다.

    특히 이 장관은 최근 개헌을 고리로 여권 뿐 아니라 민주당 등 야권 인사들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계 최대 모임인 `함께 내일로’ 회장인 안경률 의원도 전날 “지나치게 큰 대통령 권한을 줄여 시대에 맞게 분권형으로 가야 한다”면서 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여기에 친박계에서 친이계로 말을 갈아 탄 김무성 원내대표까지 “대통령제는 실패한 제도”라며 ‘분권형 대통령제’에 은근히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면 ‘분권형 대통령제’가 만병통치약인가.

    그렇지는 않다. 앞서 말했듯이 남북대치상황에서 행정수반의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은 비효율적일뿐만 아니라, 전쟁 등 비상시 대처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제도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3권 분립을 확실하게 정착시키는 것이다.

    특히 입법부가 행정부에 예속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

    만일 국회가, 국회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제 역할만 제대로 수행했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처럼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을 보일 수 있었을까?

    어림도 없는 일이다.

    따라서 입법부인 국회, 특이 여당이 ‘대통령 거수기’ 노릇을 거부하기만 해도 대통령제 폐해는 얼마든지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굳이 개헌까지 갈 필요도 없다.

    현행 한나라당 당헌당규는 대통령이 당무에 관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단지 그 규정을 철저하게 지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게 문제지, 현행 대통령제가 문제는 아니라는 말이다.

    만일 다른 숨은 의도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때문에 개헌을 논의하자는 것이 진정성 있는 것이라면,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당무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청와대, 즉 이명박 대통령에게 당헌당규 위배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고, 그를 당에서 축출하면 그만이다.

    이 간단한 방법을 놔두고 그 멀고도 험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다른 뜻이 숨어 있는 것 같다.

    그게 만일 이명박 재집권, 즉 대통령 퇴임이후 실권총리가 되어보겠다는 꿈이라면 제발 아서라.

    물론 이회창 선진당 대표가 이원집정부제 개헌 논의에 합의해 줌으로써 여권 주류의 개헌 꿈이 한걸음 앞으로 나아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이미 지난해부터 필자가 예상했던 일로 새삼스러울 게 없다. 여기에 설사 박지원 원내대표와 이낙연 사무총장 등 민주당 개헌론자들까지 힘을 보탠다 해도 개헌은 결코 여권 주류의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국민이 이원집정부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말이 좋아 분권형이지, 실상은 국가 최고 권력자의 선출권을 국민으로부터 빼앗아 국회의원들인 자신들이 갖겠다는 뜻 아니겠는가.

    경고하거니와 난, 죽어도 내가 가진 투표권을 국회의원들에게 양보하지 않겠다.

    그런데도 이원집정부제를 하겠다면, 차라리 나를 죽여라! 이원집정부제를 반대하는 90%의 국민 모두를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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