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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차기 대통령 선거의 주요 어젠다는 누가 뭐래도 ‘복지’와 ‘안보’다.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대체로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최근 복지 관련 공청회를 열고 ‘한국형 복지’ 깃발을 내세우는가하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10일 연두기자회견을 통해 ‘사람 중심의 함께 가는 복지’를 피력하는 등 여야 차기 유력 대권주자들이 ‘복지’를 이슈화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또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전쟁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안보’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따라서 ‘복지’와 ‘안보’ 문제가 차기 대선의 주요 어젠다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여야 대권주자들 가운데 누가 유리할까?
최근 한나라당 개혁소장파 모임인 ‘민본 21’의 리더 격인 모 의원과 우연히 저녁 식사를 함께 한 일이 있다.
그는 ‘박근혜 대세론’을 인정하면서도, 그의 본선 경쟁력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을 품고 있었다.
야권 단일후보가 탄생되면, ‘박근혜 대세론’도 위태롭다는 것.
따라서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다른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는 게 본선 경쟁력 면에서 바람직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인 것 같았다.
사실 야권 단일후보의 탄생이 한나라당 후보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는 그의 전망에 대해서는 필자도 동의하는 바다.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분명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보다 오 시장이 김 지사가 더 본선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그의 판단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곧바로 반박하지 않고, 그에게 물었다.
“차기 대선의 주요 어젠다는 무엇이 될 것 같으냐.”
그 역시 ‘복지’와 ‘안보’를 꼽았다.
그래서 “한나라당 대선주자들 가운데 누가 ‘복지’ 이슈를 누가 선점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라고 대답했다.
반면 ‘박근혜 대항마’를 꿈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경우는 ‘복지’ 문제를 ‘좌파 포퓰리즘’으로 매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 같은 발언이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표를 결집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복지’를 외면하는 그런 태도로 과연 본선에서 여권단일후보와 맞붙어 승리할 수 있을까?
어림도 없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동의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곧바로 “‘안보’ 이슈는 누가 유리할 것 같으냐”고 물었다.
그는 “아무래도 진보진영 후보 쪽이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실 ‘안보’와 ‘통일’ 문제에 있어서는 그동안 진보진영 후보 쪽이 유리했던 게 사실이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최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면담의사를 밝히거나 방북신청을 한 것도 바로 이 이슈를 선점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안보’ 이슈 역시 박 전 대표가 훨씬 유리하다.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유력 대권주자 가운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난 정치인은 박근혜 전 대표 한 사람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단한 강점이다.
실제 박 전 대표는 DJ 정권 당시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고, 두 사람은 이산가족 상설 면회소 설치 등 남북관계 현안에 대해 많은 것을 합의했다.
특히 당시 너무나 민감한 문제여서 당국회담 등에서 남측이 제대로 거론하지 못한 사안이었던 금강산댐 공동 조사와 국군 포로 생사 확인 문제까지 합의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박 전 대표와 김 위원장의 이런 인연은 남북화해와 협력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보수 정당의 후보로서 대북강경책과 함께 평화와 대화라는 유연성을 동시에 갖춘 후보가 박 전 대표 말고 또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도 역시 “그런 것 같다”고 적극적인 공감을 표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필자의 말을 100% 받아들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는 그 스스로 ‘칼럼의 애독자’라고 밝혔고, 자신들을 향한 쓴소리를 귀담아 듣고 있다고 말한 만큼, 어느 정도는 이 문제를 두고 고민할 것이란 생각이다.
모쪼록 차기 대통령만큼은 누가 되든지, ‘복지’ 문제에 관심을 가진 분, 그리고 남북간에 팽팽한 대립의 시대를 마감하고, ‘대화’와 ‘평화’ 체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그런 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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