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내린 與, 아직 멀었다

    고하승 칼럼 / 관리자 / 2011-01-11 16:51:00
    • 카카오톡 보내기
    편집국장 고하승
    민심이 흉흉하다.

    지금 당장 선거를 치르면 한나라당은 수도권은 물론 전통적인 여당 텃밭인 농촌에서도 줄초상이 날판이다.

    그런데 정작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라는 ‘환상’을 믿거나, 그래도 한나라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보다는 높게 나오는 현상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 최근 우연한 기회에 저녁 식사를 함께한 한나라당 소속 의원은 이런 말을 했다.

    “여론조사를 액면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 10%에서 20% 정도는 빼야 맞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명박 대통령 국정지지도도 20%~30% 정도라고 보면 맞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의 질문에는 그 정도만 되어도, 자신의 상품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기 때문에 최소한 자신은 ‘줄초상’ 반열에 끼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 실제 지지율은 6.4%”라며 그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실제 시사주간지 <시사IN>이 최근 창간 3주년을 맞아 역대 대통령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34.2%로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25.3%, 김대중 전 대통령은 18.2%로 각각 2위와 3위 자리에 올랐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6.4%로 밑바닥 수준에 머물렀다.

    물론 전두환(2.5%), 이승만(2.2%), 김영삼(1%), 최규하(0.9%), 노태우(0.5%), 윤보선(0.3%) 등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직’이라는 프리미엄을 감안 할 때 사실상 이들보다도 지지율이 더 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게 MB 지지율의 실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여전히 청와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만 해도 한나라당은 ‘정동기 불가’라는 선상반란을 일으키며, 청와대와 선을 긋는 듯했다.

    실제 이날 아침,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정동기 불가’ 당론을 확정했고, 원희룡 사무총장이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화로 이 사실을 통고했다.

    정 수석이 원 총장에게 “발표를 30분만 늦춰달라”고 부탁했음에도 원 총장은 이를 묵살하고 즉각 최고위원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청와대가 “대통령이 탈당하란 말이냐”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런데 ‘선상반란’ 불과 하루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안상수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신년 방송연설에서 “민심을 수렴해야 하는 당의 입장에서 국민 여론이 국정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 대표의 당초 연설 원고에는 “(당이 앞으로) 불가피할 경우 견제할 것은 제대로 견제하고 보완해나가겠다”는 표현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만 것이다.

    그 대신 안 대표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개헌에 대해서는 상당한 부분을 할애했다.

    실제 그는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개헌은 지난 17대 국회 당시 여야가 18대 국회에서 논의하기로 국민들에게 약속했었다. 빠른 시일내 국회에 개헌특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선진 대한민국을 뒷받침하는 미래 헌법 논의에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전형적인 ‘MB 눈치 보기’ 연설이라는 혹평이 따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과연 이런 상태로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어림도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타작은 고사하고 ‘반에 반타작만 거두어도 다행’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하면, 심지어 7월 분당설까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리인 격인 안상수 대표를 간판으로 총선을 치르는데 위기의식을 느낀 세력이 ‘박근혜 모시기’에 나설 것이고, 결국 이에 반대하는 세력과 갈라서는 극단적인 사태가 초래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즉 ‘MB당’으로 총선을 치르자는 세력과 ‘박근혜당’으로 총선을 치르자는 세력이 양분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렇게 된다면, 과연 어느 쪽이 승리할까?

    그 결과는 너무나 빤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MB 국정 지지도 50%라는 환상에 목을 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꼬리 내린 한나라당은 정신 차리려면 아직도 멀었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리자 관리자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