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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차기 대통령 선거는 여야 모두에게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박근혜 대세론’이 압도적인 상황이고, 진보진영에서는 여전히 그를 따라잡을 만한 후보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게 현실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것도 ‘대세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2위 후보와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리고 있는 실정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1월 첫째 주 실시한 주간 정례조사 결과,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해 연말 싱크탱크를 출범시킨 이후 2주 연속 상승하면서 36.0%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유시민 원장 12.2%로 2위, 손학규 대표가 7.9%로 3위에 올랐다.
1위와 2위와의 격차가 무려 3배 가까이나 된다.
이 조사는 지난 3일~7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가구전화와 휴대전화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1.4%p였다.
따라서 특별한 변수가 등장하지 않는 한 ‘박근혜 대세론’을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 ‘박근혜 대세론’은 불변의 법칙인가.
그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민심은 얼마든지 달라 질 수 있다.
실제 그 가능성을 예고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시사주간지 <시사IN>이 지난해 9월 창간 3주년을 맞아 역대 대통령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34.2%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그 뒤를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 25.3%, 김대중 전 대통령 18.2%로 각각 2위와 3위 자리에 올랐다.
기타 이명박(6.4%), 전두환(2.5%), 이승만(2.2%), 김영삼(1%), 최규하(0.9%), 노태우(0.5%), 윤보선(0.3%) 등으로 그 존재감이 극히 미미하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노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 등 진보진영 전직 대통령의 지지율 합계가 무려 43.5%에 달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이들 두 전직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 같은 지지율은 의미가 있다.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이들 전직 대통령을 지지하는 층, 즉 43.5%의 진보성향 유권자들을 결집시킬 만한 후보가 등장할 경우, 박 전 대표도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우선 진보정당들이 박근혜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를 공격하는 것부터가 대단히 잘못된 전략이다.
민주당 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천정배 최고위원은 12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제시한 `한국형 복지’와 관련,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고,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전날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복지 재정의 규모를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랫돌을 빼 윗돌로 얹고, 윗돌을 빼 아랫돌에 괴는 복지 체계 재편”이라고 비판했다.
과연 이 같은 비판은 정당한가.
아니다.
보다 못해 진보성향의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이 따끔하게 일침을 놓았다.
김대호 소장은 전날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한국사회의 정의를 묻는다’라는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섰다.
그리고는 박 전 대표가 주장한 ‘한국형 복지’에 대해 “진보가 복지 아젠다 선점 내지 독점을 위해 경쟁자가 부르짖는 복지는 가짜라고 꼬투리를 잡아서 왜곡 폄하 하는 것은 안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진보진영이 박 전 대표를 향해 무차별적인 공세를 펴는 것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김 소장은 “진보가 박근혜 의원을 공격하는 지점은 ‘재원조달 방안의 모호함’을 근거로 하는 진정성 문제인데, 그러면서 (자신들은) 증세를 당당하게 주장한다는 것을 근거로 진정성이 있다고 강변 하지만 설득력이 없다”며 “솔직히 진보나 보수나 정권이 날아가는 것을 감수하고 증세를 밀어붙인 적이 없기에 진정성 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정치세력은 없다”고 꼬집었다.
사실 박 전 대표의 복지나 민주당이 주장하는 복지는 별반 차이가 없다.
김 소장에 따르면 박 전 대표의 복지국가 전략의 원형은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기조를 잡았는데, 안 교수의 ‘새로운 사회투자형 생활보장국가’ 전략의 5대 원칙은 ▲생애주기 ▲보편주의 ▲사회서비스 ▲적극적 기제 ▲통합관리형이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복지보다 오히려 한 발 앞서면 앞섰지, 결코 뒤지지 않는다.
따라서 민주당이나 진보 진영이 ‘복지’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이를 적극 환영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옳다.
그런데도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를 ‘흠집 내기’에만 급급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장담하거니와 이런 전략으로는 결코 ‘박근혜 대세론’을 뛰어 넘을 수 없다.
그를 이기고 싶다면, 아니 최소한 그와 접전이라도 펼치고 싶다면, ‘양극화 해소방안’ 등 진보진영 후보가 내세울 수 있는 새로운 이슈를 들고 나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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